학교에 장애인 편의시설이 설치돼 있어도 실제 이용에는 어려움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설 설치 여부를 중심으로 관리하다 보니 휠체어 이동에 걸리는 시간이나 통로의 폭 등 실질적인 접근성은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고 있어서다. 장애학생의 이동권을 보장하기 위해 학교별 접근성 정보를 체계적으로 조사·관리하고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턱없는 세상을 만드는 사단법인 무의'는 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조국혁신당 강경숙 의원실, 공익법단체 두루·교원단체와 공동으로 '모모탐사대 학교 접근성 개선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무의가 진행한 '모모탐사대' 프로젝트에 참여한 경기 안산 신길초 학생들이 직접 학교를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모모탐사대는 학생들이 휠체어를 타고 학교 곳곳을 이동하며 이동시간과 장애물, 장애인 화장실 접근성 등을 살펴보는 프로젝트다.
학생들이 직접 조사한 결과 신길초는 장애인 편의시설이 비교적 잘 갖춰진 학교임에도 휠체어를 이용할 경우 화장실을 오갈 때 약 4배의 시간이 더 걸렸다. 시설이 설치돼 있다는 사실만으로 실제 이용 편의까지 보장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 확인된 셈이다.
김라현군(11)은 "친구들과 줄자로 급식실로 가는 길의 폭을 재고, 초시계로 이동 시간을 측정하면서 이렇게 많은 계단과 좁은 통로가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김하윤양(11)은 "학교를 직접 조사해보니 눈과 귀에 들어오지 않던 것들이 보였다"며 "화재가 발생하면 화재 대피 미끄럼틀이 없는 곳들은 소방관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장애인 편의시설의 설치 여부를 넘어 실제 이용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도록 접근성 정보 관리체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윤희 무의 이사장은 지난해 휠체어를 타는 딸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하루 앞두고도 휠체어 화장실 유무를 알 수 없던 경험을 공유하며 "흩어진 데이터를 통합하고 이를 연계해 제공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엄선희 공익법단체 두루 변호사는 장애 편의시설이 '설치'에만 머물러 접근성 확인이 개인에게만 맡겨져 있는 구조를 지적했다.
엄 변호사는 "입학·전학을 준비하는 장애인이나 시험에 응시하는 외부 장애인은 현재 접근성 정보를 접할 수 없어 장애인차별금지법의 보완이 필요하다"며 "특수교육법 역시 접근성 현황 조사·관리 의무를 보다 명확히 규정하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제13·14조는 장애인의 입학 등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고, 접근성 정보 제공을 의무화하고 있다. 특수교육법 제5조는 특수교육에 대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를 명시하고 있다.
엄 변호사는 학교공시제도에 대해서도 "출입문의 폭, 단차, 승강기의 위치와 내부 규격 등 실제 이용 가능성을 중심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교육청 차원에서 장애접근성 관리 체계가 구축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홍진 특수교육디지털교육협회 SeeD 통합교육팀장은 "학생과 시민이 일상에서의 불편함을 마주해도 현 구조에서는 시설 개선의 근거로 쓰이기 어렵다"며 "교육청 차원에서 흩어진 접근성 정보를 연결할 책임 부서를 정하고 예산 집행과 관리까지 이어지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