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 악몽 부르나… 손실 커지는 주식형랩

김경렬 기자
2026.09.03 04:06

7월 각사별 최소 수백억 판매… 석달새 코스피 25% 뚝
KB증권은 은행고객 대거 유입, 상품 이해도 인지 우려

'5~8% 목표수익률'이 제시되면서 일반투자자에게 불티 나게 팔린 '주식형 랩' 상품들이 손실위험에 노출됐다. 최근 3개월간 코스피가 25% 넘게 빠지면서 목표전환형 상품들의 손실이 복구되지 않는 상황이다. 문제는 복합점포를 통해 은행 고객이 대거 유입된 KB증권이다. 이 경우 주식형이나 목표전환형 상품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고객이 많아 홍콩 H지수 ELS(주가연계증권) 사태가 되풀이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주식형·목표전환형 랩 상품은 주가가 하락하기 직전인 지난 7월에도 각 사에서 최소 수백억 원 이상 판매됐다. 구체적으로 한국투자증권은 7월 한 달간 2000억원, KB증권은 1600억원, 신한투자증권은 850억원, NH투자증권은 500억원, 삼성증권은 450억원어치를 팔았다. 7월 이후 지수가 반등하지 않는 가운데 이들 상품의 손실은 복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3개월 코스피 하락률은 25.44%다. 목표전환형 랩 상품이 추종한 포트폴리오 종목도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인다.

목표전환형 상품은 목표수익률을 달성할 경우 계좌에 환급돼 상환되고 그렇지 않으면 손실을 입는 구조다. 만기는 없지만 투자금이 장기간 계좌에 묶일 수 있다. 홍콩 H지수가 폭락하면서 투자손실을 입힌 'ELS 사태' 이후 은행의 영업이 위축되자 유사한 상품으로 계열사의 활로를 모색한 것으로 분석된다.

증권사별 7월 주식형 목표전환형 랩 상품 판매량/그래픽=김다나

한국투자증권과 KB증권의 목표전환형 랩 상품 판매량은 코스피지수가 계속 오른 지난 4월 절정에 달했다. 해당 월에 한국투자증권은 2조1000억원, KB증권은 1조9000억원을 팔았다. 주가가 오르면서 기존 목표수익률을 달성했고 이후 상환, 목표달성, 재가입 등 과정을 반복하면서 판매량이 누적됐다.

이런 판매상황에 대해 KB증권이 주목받은 것은 복합점포를 통해 은행 고객이 수월하게 유입되는 구조를 갖췄기 때문이다. 은행 고객은 전문적인 투자자가 아닌 예금투자자가 많고 입소문도 활발하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실제로 KB증권은 올 상반기 일임계약 자산총액이 10조7408억원으로 10조원을 넘어섰고 일임수수료는 109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00억원 증가하는 등 큰 변화를 나타냈다.

랩·신탁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증권사를 찾는 고객의 상당수는 주식형 상품을 알고 있고 원금손실 가능성도 인지한다. 신한은행의 관계사인 신한투자증권은 홍콩 젠투펀드 환매 중단과 라임자산운용 사태 관련 구상권 등으로 진통을 겪고 계열사간 연계거래가 뜸한 상태다. NH투자증권은 아예 연계영업을 하지 않는다.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등은 은행 계열사가 없다.

특히 KB증권에서 팔린 상품 중에는 단일종목에만 투자한 상품이 있다. 예드투자자문의 자문형 랩은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등 단일종목 주식과 현금만으로 자산이 구성됐다. 단일종목 주식은 평균 29% 비중을 차지한다.

KB증권 관계자는 "주식형 랩의 은행 연계 고객 비중은 통상 30% 내외 수준으로 최근 가입증가가 은행 고객의 대규모 유입에 따른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목표전환형 랩은 원금손실 가능성이 있고 '매우 높은 위험' 등급의 상품이라는 점을 명확하게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증권사 리테일영업은 라임펀드·옵티머스·ELS 사태 등으로 위축됐다. 고객이 상품을 완벽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손실 가능성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는 민원을 받거나 부실기업 채권상품을 정상 상품으로 속여 판매하면서 벌어들인 수수료 이상의 대대적 손해배상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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