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단체가 한의원 내 엑스레이(X-ray) 설치 관련 안전성 검사 절차를 밟는 등 공식 도입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의사단체는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이 "불법"이라고 반발하는 가운데, 의료인력의 업무 조정 범위 등을 논의할 정부 자문기구의 구성은 늦어지고 있다.
27일 정부·의료계에 따르면 당초 상반기 구성을 완료할 예정이던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인력 업무조정위원회'(이하 업무조정위)가 아직 위원 추천도 마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무조정위는 보건의료 현안에 대한 일종의 정부 자문기구다. 지난 6월 구성을 끝낼 계획이었지만 이후 조직 개편 과정에서 업무조정위 담당 부서가 바뀌면서 위원회 구성 자체가 지연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지난달까지 단체별 위원 추천을 받았는데, 인원 규모가 맞지 않거나 추천하지 단체가 일부 있어 지속해서 구성 요건에 맞도록 요청하고 있다"며 "연내 회의를 진행할 수 있도록 최대한 빨리 위원을 인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업무조정위 구성은 이르면 오는 9월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
업무조정위에선 직역 간 입장이 엇갈리는 '한의사 업무 범위' 관련 논의도 이뤄질 전망이다. 한의계는 법원 판결과 유권해석 등을 근거로 들며 의료기기 사용을 "합법"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의사단체에선 "의사의 전문성을 심각하게 침범하는 행위"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 가운데 한의사 단체는 엑스레이 도입을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대한한의사협회(한의협)는 최근 한의원 3곳에 엑스레이 장비를 설치하고 방사선 발생장치·방사선 방어시설 검사를 질병관리청 등록기관에 신청한 상태다. 협회는 절차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방사선사를 안전관리책임자로 선임한 만큼 정당한 사유 없이 검사를 지연·거부할 경우 행정적·사법적 조치도 검토하겠단 입장이다.
한의협은 레이저 사용에 대해서도 피부미용 분야 의사단체 등을 상대로 공정거래위원회 제소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달 초 대한미용성형레이저의학회와 한국피부비만성형학회 등 7개 단체는 한의원·치과에 의료기기 판매를 중단하는 공동 성명을 낸 바 있다. 이와 관련 일부 의료기기 업체들이 "한의원에 유통되는 제품은 공식 판매 경로를 거친 게 아니"란 입장을 밝히자, 한의협은 이를 불공정 행위라고 비판하며 공정위 제소를 거론했다.
다만 현행 법상 한의사의 특정 한방 의료행위를 구분하는 세부 내용이 없는 만큼, 정부 차원의 논의 전까진 현장 혼란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진료 현장에서의 전문성과 기술적 숙련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업무 조정이 필요하다"며 "실질적으로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지침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오랜 기간 지속된 직역 간 갈등을 다뤄야 하는 만큼 각계 의견을 충분히 경청하고 갈등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운영하겠다"며 "업무조정위가 사회적 대화의 장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