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질하다가 칫솔에 피가 묻어나거나 사과를 베어 물었을 때 잇몸에서 피가 난 경험이 있다면 이를 단순한 일시적 증상으로 넘겨서는 안 된다. 많은 사람이 피곤해서 그런가 보다, 칫솔질을 세게 해서 그렇다고 생각하지만, 반복되는 잇몸 출혈은 잇몸병(치주질환)의 초기 신호일 수 있다.
입 속에는 300여 종의 세균이 사는데, 이런 세균덩어리가 잇몸병(치주질환)의 출발점이다. 잇몸병은 세균 같은 미생물 또는 미생물 집단으로 치주조직에서 생기는 염증질환이다. '치주'란 치아를 둘러싸고 있는 조직으로, 여기엔 치아를 단단하게 잡아주는 치조골(잇몸뼈), 치아와 잇몸뼈를 연결하는 치주인대, 치아뿌리를 덮고 있는 백악질, 잇몸뼈를 덮고 있는 연조직인 치은으로 이뤄진다.
음식을 먹고 나면 입속 세균들이 침·음식물에 섞여서 치아에 붙어 끈끈한 무색의 얇은 막을 만든다. 이처럼 세균들이 덩어리져 치아 면에 붙은 얇은 막이 '치태'다. 치아를 제대로 닦지 않고 시간이 지나면 치태가 그대로 굳어져 딱딱한 돌 같은 치석이 된다. 치석의 표면에는 세균이 더 쉽게 달라붙고 번식하면서 잇몸에서 염증을 일으킨다.
잇몸병 초기에는 잇몸이 붓거나 피가 나는 정도로 시작하지만, 적절한 치료 없이 방치하면 염증이 점차 깊어지면서 치아를 지탱하는 뼈까지 손상될 수 있다. 결국 치아가 흔들리거나 빠지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서울특별시 서남병원 치과 이소영 과장은 "많은 사람이 치아를 잃는 가장 큰 원인을 '충치'로 꼽지만, 성인에선 잇몸병이 치아를 잃는 가장 큰 원인"이라며 "우리나라는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자연치아를 오래 유지하기 위한 잇몸 관리의 중요성이 커졌다"고 강조했다.
잇몸병은 당뇨병·심혈관질환 등 전신질환의 원인이기도 하면서 결과물이기도 하다. 그 예로 당뇨병 환자는 치주조직이 더 잘 파괴되고, 잇몸병 유병률(인구 중 환자 수의 비율)과 중증도(질환의 심각도)가 더 높다. 반대로 치주질환이 혈당 조절을 어렵게 만들 수 있어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BMI(체질량지수) 30㎏/㎡ 이상으로 비만인 경우에도 잇몸병이 발생할 가능성이 더 크다.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잇몸병이 발생할 가능성이 더 높다. 현재 흡연자는 담배를 끊은 사람이나 비흡연자보다 치주질환의 예후가 불량할 뿐 아니라, 치주질환 치료 효과도 떨어지는 것으로 보고된다. 심리적 스트레스에 따른 행동 변화나 두려움도 잇몸병 발생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잇몸병의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양치할 때 잇몸 출혈 △잇몸이 붓거나 붉어지는 증상 △입 냄새가 심해지는 경우 △치아가 길어진 것처럼 보이거나 치아 사이가 벌어지는 현상 △음식을 씹을 때 치아 흔들림 등이 있다. 이러한 증상이 지속된다면 단순한 잇몸 염증으로 생각하지 말고 치과 진료를 받아 정확한 원인을 찾아야 한다.
잇몸병은 초기에 발견하면 비교적 간단한 치료와 올바른 구강관리만으로도 충분히 호전될 수 있다. 하지만 진행된 경우에는 잇몸 치료는 물론 손상된 치주조직을 회복시키기 위한 치주조직 재생 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있으며, 치아를 살리기 어려운 경우에는 임플란트 치료를 고려해야 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예방이다. 하루 세 번 이상 올바른 방법으로 칫솔질하고, 치실이나 치간칫솔을 함께 사용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도움 된다. 특히 잇몸에 붙은 치태를 제거하는 칫솔질이 중요하다. 치태를 제거하려면 양치질을 할 때 칫솔을 잇몸에 밀착시킨 후 치아와 잇몸이 닿는 부위부터 닦아야 한다. 일단 치석이 생기면 칫솔질만으로 완전히 제거하기 어려우므로, 정기적으로 치과 검진을 받고 1년에 1회 이상 치석제거술을 받는 게 좋다.
잇몸병은 주로 30대 중반부터 시작한다. 구강 위생 관리를 소홀히 하면 치석이 쌓이고, 염증이 생기면서 치아 주위 잇몸과 치조골이 손상된다. 오랜 시간 질환이 진행되면 통증이 없다가 갑자기 잇몸이 붓고, 치아가 흔들리고, 아픈 증상이 나타나는 등 치주질환이 중등도 이상의 상태가 된다. 따라서 20~30대부터는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적인 치과 검사와 올바른 양치질 습관이 중요하다.
잇몸은 평소 특별한 통증이 없어도 질환이 서서히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작은 출혈이나 붓기 같은 초기 신호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이 과장은 "양치할 때 반복적으로 피가 난다면 몸이 보내는 작은 경고 신호일 수 있다"며 "이를 가볍게 넘기지 말고 정확한 진단과 꾸준한 관리로 잇몸 건강을 지키는 게 자연치아를 오래 보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