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9년 연방정부 집권" 내세워…기존 정치권 위기감

독일 극우 성향 정당인 독일대안당(AfD)이 6일(현지시간) 작센안할트 주의회 선거에서 승리를 거뒀다. 단독 과반을 득표하진 못했지만 나치 패망 이후 최초로 주정부 차원에서 극우가 집권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 결과를 소셜미디어(SNS)에 공유하며 관심을 드러냈다. 독일 경제가 부진한 가운데 기성 정치에 대한 실망과 반발이 극우 세력의 부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6일 잠정개표 결과 독일대안당은 득표율 43.8%로 압도적 1위에 올랐다. 기존 집권당이던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가 이끄는 중도 우파 기독민주연합(CDU)은 17.2%를 득표하는 데 그쳤다. CDU는 2021년 37.1%에서 득표율이 반토막이 났다.
이번 선거에 따라 독일대안당은 전체 83석 가운데 39석을 확보했다. 중도 좌파 사회민주당(SPD), 녹색당, 좌파당 등 좌파 정당들이 각각 득표율 9.3%, 8.9%, 8.6%로 당별로 8석씩 얻었고, 극좌 포퓰리즘 정당 자라바겐크네히트동맹(BSW)이 득표율 5.3%로 5석을 차지했다.
독일대안당 의석이 과반에는 못 미치 때문에 단독으로 정부를 꾸리긴 어렵다. 때문에 연대 가능한 의원들과 접촉해 주정부 출범을 타진할 것으로 보인다. 다른 정당이 사실상 방관하는 조건으로 독일대안당의 소수정부 수립 가능성도 제기된다. 성공할 경우 극우 정당이 독일의 한 주를 이끄는 건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이 될 전망이다.

이번 선거 결과는 나치 패망 후 극우 정당을 정치적으로 철저히 고립시켜온 독일에서 극우 세력이 주류 정치의 한복판까지 올라섰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라는 반응이다. 전후 독일 정치권을 장악한 기독민주연합과 사민당 등은 연방 차원이건 지역 차원이건 연정에서 극우 세력을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하고 협력을 거부하며 방화벽을 세워온 터다.
더구나 독일 안보기관인 연방헌법수호청은 독일대안당을 '극단주의 의심 단체'로, 독일대안당의 작센안할트 지부를 '극단주의 단체'로 지정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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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선거 결과에 메르츠 총리도 궁지에 몰렸다. 독일경제연구소 소장인 마르셀 프라츠셔는 로이터 인터뷰에서 "이번 선거 결과는 무엇보다도 연방 정부에 대한 불신임 투표"라고 말했다. 최신 여론조사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독일대안당은 28% 지지율을 얻어 기독민주연합(20%)을 앞서고 있다. 독일대안당은 이번 승리를 2029년 총선에서 연방 집권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물론 옛 공산 동독 지역에 위치한 작센안할트주는 농촌 인구가 많고 고령화 사회인 특성이 강한 만큼 독일 전체를 대표한다고 볼 순 없다. 하지만 이곳에서 극우 세력에 대한 지지는 독일이 안고 있는 문제, 특히 침체된 경제에 대해 주민들에게 설득력 있는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는 중도 세력의 실패를 보여준다는 평가다. 중도 세력이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더 큰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단 의미다.
이번 결과가 유럽에서 극우 세력이 10년 넘게 꾸준히 세력을 키우며 권력의 중심에 가까워지는 흐름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될 거란 분석도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내년 프랑스 대선과 이탈리아 스페인 총선 등 유럽 주요국에서 선거가 잇따라 예정된 상황에서 독일대안당의 성과는 극우 정당의 돌풍을 예고하는 신호가 될 수 있다고 짚었다.
독일대안당은 이민자와 난민 추방과 무슬림 영향력 억제, 러시아 제재 해제, 우크라이나 지원 축소 등을 주장한다. 이는 유럽 각국의 민족주의 세력이 내놓는 주장과도 맞닿아 있다. 각국 유권자들 역시 이민 문제를 비롯해 경제적 불안과 기성 정치권에 대한 불신 등 독일 유권자들과 비슷한 불만을 공유한다. 컨설팅회사 유라시아그룹의 무즈타바 라흐만 애널리스트는 "유럽 선진국들은 겉으로는 안정된 것처럼 보이지만 생활비 부담 등 국민이 체감하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통치의 실패를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별다른 언급 없이 선거 결과를 SNS에 공유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유럽의 극우 세력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JD 밴스 부통령은 지난해 2월 독일 뮌헨안보회의(MSC) 기조연설에서 독일대안당을 배제해온 독일 정치권의 방화벽을 공개 비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