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의 응급실 뺑뺑이, 이제 끝내겠습니다. 우리가 잘하는 치료는 더 강화하고, 우리 역량을 넘어서는 진료 영역은 가차 없이 다른 전문병원으로 연계해 환자의 치료 공백을 메꿀 겁니다. 단절 없이 완벽하게 연결되는 의료 생태계를 구축하겠습니다."
조재호 한림대춘천성심병원 신임 병원장(정형외과 전문의)은 14일 강원도 춘천시 한림대춘천성심병원 연구동에서 열린 취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은 포부를 밝히며 새로운 차원의 '지역완결형 의료 체계'를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강원도 응급환자의 골든타임 내 내원률은 전국 최하위 수준이다.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중증외상으로 골든타임 내 내원한 비율은 22.74%로 전국 꼴찌(17위)였다. 심근경색(31.8%)은 15위, 뇌졸중(41.84%)은 14위에 그쳤다.
이날 조 병원장은 "대학병원의 역할은 모든 분야의 규모를 키우는 데 있는 게 아니라 지역사회가 필요로 하는 의료를 제대로 책임지는 데 있다"며 "한림대춘천성심병원은 강원도민이 위급하거나 중증질환이 발생했을 때 가장 먼저 믿고 찾는 병원이 되도록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이 병원은 모든 진료 분야를 일률적으로 확대하기보다 '지역에서 꼭 필요한 분야'와 '춘천성심병원이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인력과 의료자원을 집중해 실질적인 필수의료 역량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병원의 4대 핵심 발전 방향으로 △지역 수요가 높은 중증·필수의료 역량 강화 △지역 의료기관과의 협력 확대를 통한 지역완결형 의료체계 구축 △연구중심병원 경쟁력 강화 △인공지능(AI)·디지털 헬스케어 등 미래의료 분야 육성을 제시했다.
한림대춘천성심병원은 뇌신경질환과 중증응급진료, 골절·외상, 관절·근골격계 질환 등 병원이 강점을 보유한 분야에 진료 역량을 집중한다. 뇌졸중·뇌출혈 등 뇌신경계 중증질환, 골절·외상, 관절·근골격계 질환은 고령층이 많은 강원도에서 의료 수요가 높은 만큼, 관련 진료과와 전문센터 간 연계를 강화해 지역 주민이 필요한 시점에 신속하게 전문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이 병원은 '응급치료의 끝판왕'격인 권역응급의료센터를 10년간 운영해오며 강원 영서지역의 중증응급 최종 치료를 맡아왔다. 2016년 권역응급의료센터로 처음 지정된 이후 세 차례 재지정을 거치며 중증응급환자 치료체계를 다져왔다.
강원도 내 권역응급의료센터는 강릉(강릉아산병원), 원주(원주세브란스병원), 춘천(한림대춘천성심병원) 등 3곳이 운영되는데, 이 병원이 위치한 춘천은 강원도 중에서도 의료취약지로 꼽힌다.
이런 상황에서도 이 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는 최근 3년간 연평균 2만8400명의 응급환자를 진료했다. 2023~2025년 119를 통해 이송된 환자는 총 1만9387명으로, 이 가운데 6992명이 입원 치료로 이어졌다. 올해도 1~9월 응급실 내원환자 수만 2만2890명, 119 이송환자 5829명을 기록했다. 지역 의료기관과의 연계도 활발하다. 응급실 관련 의뢰건수는 2023년 8957건, 2024년 1만123건, 2025년 8834건으로 집계됐다.
인공지능과 디지털 헬스케어를 비롯한 미래의료 분야도 적극적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이 병원 산하 뉴프론티어리서치연구소는 조산 예측 인공지능 모델, 인공지능 기반 위내시경 진단보조 의료기기, 뇌출혈 비대면 협진 플랫폼 등 임상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의료기술을 개발해왔다.
향후엔 이런 기술을 실제 진료 현장에 적용하는 데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AI와 디지털 기술을 진단과 치료, 환자 관리뿐 아니라 지역 의료기관과의 협진, 환자 전원·회송, 의료 네트워크 구축에 활용해 의료의 정확성과 안전성, 효율성을 높일 계획이다.
조 병원장은 "우리 병원이 추진하는 4대 핵심 발전 방향의 최종 목표는 '한 병원이 모든 의료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에게 필요한 의료가 가장 적절한 시점과 장소에서 끊김 없이 제공되는 체계를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림대춘천성심병원은 대학병원으로서 지역에서 해결 가능한 중증·필수의료는 최대한 책임지고, 병원의 역량을 넘어서는 영역은 지체 없이 최적의 전문기관으로 연결하는 '열린 지역 거점병원' 역할을 강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