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보건연구원(보건연)과 한국장기이식연구단(KOTRY·코트라이)이 12년간 쌓은 '국가 장기이식 코호트'를 토대로 AI(인공지능)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한 환자별 맞춤 관리 전략을 수립할 계획이다. 연구 성과를 기반으로 이식 배정 기준과 고령층 공여자의 기증 장기 활용 기준 등을 보완하는 한편, 축적된 이식 데이터를 고도화하는 작업에 나선다.
KOTRY 연구책임자인 양재석 연세대 의대 내과학교실 교수는 6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열린 보건연과의 공동 기자간담회'에서 "영상 자료나 조직 등 정확한 병리 자료를 디지털화해 장기이식 코호트 데이터에 접목하는 작업을 시작했다"며 "축적한 정보를 AI 등 첨단 기술을 통해 미래를 예측하는 지표로 활용할 수 있도록 고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KOTRY는 2014년부터 국립보건연구원 지원을 받아 신장, 간, 심장, 폐, 췌장의 5개 장기 관련 국가 이식 코호트를 축적하고 있다. 지난달 기준 등록 환자는 2만6571명이며, 전국 이식센터 88곳이 참여 중이다. 장기별 누적 등록 환자 수는 △신장 1만5167명 △간 9058명 △심장 1349명 △폐 670명 △췌장 327명이다.
KOTRY는 향후 AI와 유전체 정보 등을 결합해 환자별 위험도 등을 예측하는 맞춤형 전략을 수립할 예정이다. 기존 임상 정보에 유전체·영상·병리 자료를 결합하고 건강보험 처방 데이터와 사망 등록 자료 등 국가 자원과 연계해 데이터 활용도를 높인다. 이식 후 환자의 삶의 질을 분석하는 지표 등도 수집해 연구에 반영할 계획이다.
주요 연구 성과는 국가 정책에도 반영된다. 기증된 신장을 평가하는 도구인 '한국인 공여 신장 예후 지표'(K-KDPI)와 신장이식 후 수혜자의 기대 수명을 예측하는 지표인 'K-EPTS'의 개발이 대표적이다.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KONOS)은 해당 연구를 토대로 K-KDPI 70% 이상을 '확대 기준 기증 신장'으로 분류하는 기준을 2021년부터 정책에 반영하고 있다.
최근 뇌사자 나이가 고령화되고 여러 질환을 앓는 사례가 늘면서, 소위 '확장 범주'에 해당하는 공여자가 증가하고 있다. 과거엔 기증에 부적합하다고 봤던 장기도 최근 여러 연구를 통해 배분 기준을 충족하면 수혜자 생존에 유익한 결과를 낼 수 있단 연구도 보고되고 있다.
KOTRY는 신장뿐 아니라 다른 장기와 관련해서도 이식 기준 개선을 위한 연구 결과를 제시했다. 심장 이식 환자 628명을 분석한 연구에선 65세 이상이라도 보행 능력이 있는 환자는 젊은 환자와 생존율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간 이식 관련 연구에선 B형간염 양성인 기증자의 간을 이식받은 환자도 음성 기증자의 간을 이식받은 경우와 생존 성적이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폐 이식과 관련해서도 새로운 응급도 분류 기준을 제시, 정부에 제도 개선을 건의한 상태다.
우리나라의 장기이식 건수는 세계 6위, 아시아 1위다. 이식 후 10년 생존율은 신장 91%, 간 80% 등 수술 성적도 우수하다. 그러나 공여자와 수혜자 간 수급 불균형이 심화하면서 이를 해소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이 절실한 상황이다. 양 교수는 "고령화로 장기이식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반면, 기증자 수는 줄고 있다"며 "국내에선 하루 평균 8.5명이 이식을 못 받아 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국내 장기이식 대기자는 2021년 3만9261명에서 지난해 4만6550명으로 증가했는데, 같은 기간 뇌사 장기 기증자는 442명에서 370명으로 외려 감소했다. 올해 8월 기준 장기이식 대기자는 4만8456명까지 늘어난 상태다. 뇌사 추정자 장기기증 동의율은 2021년 36.7%에서 지난해 28.2%로 떨어지며 30%대가 붕괴됐다.
김명수 대한이식학회장은 "장기는 마치 물건을 다루듯 생산과 공급을 조절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현재 (기증 장기) 자원의 범위 안에서 얼마큼 효과적으로 운영할지가 중요하다. 가시적 성과를 내기 위해선 장기적으로 큰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