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40조원(약 286억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 계획을 발표하자 월가에서는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가 나왔다.
2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SK하이닉스의 자사주 매입 결정을 두고 "의아한 일(head-scratcher)"이라고 평가했다. 의아하다고는 했지만 SK하이닉스가 자사주 매입의 기본 원칙을 정석대로 했다는 반어적 표현으로 풀이된다.
자사주 매입은 통상 주가가 저평가됐을 때 사들여야 정석으로 여겨진다. WSJ는 이번 결정의 '타이밍'에 주목,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SK하이닉스 주가는 지난 6월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하락세를 이어오다, 자사주 매입 발표 전날인 19일 하루 만에 9.8% 급락했다. 회사는 장 마감 후 자사주 매입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 소식에 20일 미국 프리마켓에서 SK하이닉스 미국주식예탁증서(ADR)는 5% 넘게 올랐고, 서울 증시 개장 후에는 장중 11% 넘게 급등했다.
WSJ는 특히 SK하이닉스 주가가 최근 조정에도 불구하고 1년 전보다 470% 오른 상태라고 짚었다. 지난달에는 지금보다 50% 높은 가격에 미국 투자자들을 상대로 대규모 유상증자 즉 미국주식예탁증서(ADR) 발행을 통해 26억달러 넘게 조달했다. 즉 비쌀 때 팔고, 그보다 싼 지금 다시 사들인 셈이다.
WSJ는 자국 기업들을 향해 "종종 이걸 거꾸로 한다"고 꼬집었다. '싸게 사서 비싸게 판다'는 게 정석적인 투자 원칙인데 미국 기업들은 그러지 않는다는 것이다. 매체는 2000년 닷컴버블과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미국 기업들이 주가 정점에서 자사주 매입을 최대로 늘리고(비쌀 때 사고), 정작 주가가 폭락해 저렴해졌을 때는 매입을 대폭 줄였던 사례를 근거로 들었다. 이어 "미국 기업들의 반복된 행태"라며 "경영진이 자기 회사 주가가 거품인지 가장 잘 아는 위치에 있으면서도 그 판단대로 행동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밖에도 월가는 대체로 이번 자사주 매입 결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바클레이즈는 "주가수익비율(PER)이 올해 기준 3.8배로 심각하게 저평가돼 있다"며 ADR 기준 목표주가 300달러와 '비중확대' 의견을 유지했다. 노무라증권도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 지배력과 AI 수요발 이익 성장을 근거로 매수 의견을 유지했다.
피터 리 씨티그룹 애널리스트는 "이번 조치는 단기적으로 주가에 의미 있는 바닥 역할을 하며 실질적인 하방 지지를 제공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CLSA의 산지브 라나 애널리스트도 "이번 매입 규모가 투자자들의 기대를 충족시킬 것"이라며 향후 추가 자사주 매입과 특별배당 가능성까지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