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주목되는 미국 주식시장]
장기 국채수익률 상승세를 억제하기 위한 미국 재무부의 조치가 자산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국채수익률뿐만이 아니라 달러 가치와 금값, 비트코인 가격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는 모습이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 19일(현지시간) 회당 국채 바이백(재매입) 규모를 최소 두 배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최근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던 미국의 30년물 국채수익률은 이날 0.09%포인트 하락한 5.19%로 마감했다.

이 영향으로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0.8% 하락했다. 반면 금 선물가격은 2.8%, 비트코인 가격은 약 7% 뛰었다.
20일엔 미국 재무부의 국채 바이백 확대 효과가 희석되며 30년물 국채수익률이 0.06%포인트 반등하며 5.25%로 거래를 마쳤다. 국채수익률이 올랐음에도 달러 인덱스는 0.1% 약세를 이어갔고 금 선물가격은 0.8% 강세를 지속했다. 비트코인 가격은 11.9% 급등하며 7만달러를 돌파했다.

다만 비트코인 가격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9일 디지털자산 시장구조를 명확히 하는 클래리티법의 의회 통과를 촉구한 것도 강력한 상승 촉매가 됐다.
투자자들은 최근 미국의 만성적인 재정적자에 따른 국채 공급 확대 가능성과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인플레이션 장기화 우려로 국채를 장기간 보유하는데 대해 더 높은 보상을 요구했고 이는 장기 국채수익률 상승으로 나타났다.
미국 재무부의 국채 바이백 확대는 국채수익률이 지나치게 오르는 것을 방관할 수 없다는 뜻이다. 채권 전문가인 모하메드 엘-에리언은 "이번 조치의 핵심은 바이백 자체가 아니다"라며 "더 광범위한 수익률 곡선 통제가 시행될 가능성을 보여줬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수익률 곡선 통제란 특정 만기의 국채 금리에 목표를 정해 두고 관리하는 정책을 말한다. 이번 조치는 실제 수익률 곡선 통제는 아니지만 30년물 국채수익률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오를 경우 미국 재무부가 추가적인 시장 개입에 나설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준 것으로 해석된다.
이 경우 투자자들은 감내해야 하는 리스크에 비해 보상이 적다고 판단해 미국 국채 투자를 줄일 수 있고 이는 달러 약세로 이어진다. 미국 정부가 장기 국채수익률을 억제하려 한다면 달러 가치 하락이라는 형태로 조정이 찾아올 것이란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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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샤 은행의 외환 전략 책임자인 숀 오스본은 "(미국 정부는) 어떤 형태로든 대가를 치러야 한다"며 "더 높은 수익률로 비용을 치르거나 달러 가치에서 양보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상 미국 국채수익률이 올라가면 달러 가치도 함께 올라간다. 하지만 20일엔 30년물 국채수익률이 반등했음에도 달러 가치가 소폭 약세를 이어갔다. 이는 장기 국채수익률 상승세를 그대로 방치하지 않겠다는 미국 정부의 의지를 시장이 확인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미국 재무부의 조치로 재정적자의 심각성이 재확인되며 달러 가치가 훼손될 것이란 분석도 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선임 연구원이자 골드만삭스의 전 수석 외환 전략가인 로빈 브룩스는 서브스택에 올린 글에서 미국 재무부의 국채 바이백 확대 조치가 마침내 국가부채로 인한 고통이 임계점을 넘어섰음을 시사하는 것일 수 있다고 밝혔다.
브룩스는 미국 재무부가 발표한 회당 최소 40억달러의 국채 바이백 규모가 31조달러에 달하는 미국의 국채시장에 비하면 극히 미미한 수준이라며 이제 투자자들은 미국의 장기 국채 공급이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장기 국채 공급 증가는 달러 가치에 지속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일본 엔화가 최근 겪었던 것과 같은 급격한 약세를 달러도 겪을 가능성이 있음을 뜻한다.
달러 가치 하락은 달러 대체재로 여겨지는 금과 비트코인에는 호재다. 이른바 통화 가치 하락 투자(debasement trade)가 부상하는 것이다. 통화 가치 하락 투자란 정부의 방만한 재정정책과 통화 완화 기조로 통화 가치가 하락할 것에 대비해 가치 저장 수단인 귀금속이나 달러 대체재가 될 수 있는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씨티의 글로벌 거시경제 리서치팀을 이끄는 더크 윌러는 "국채수익률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치러야 하는 가장 큰 대가는 달러 약세"라며 이에 따라 금값이 향후 6~12개월간 기본 시나리오에서는 온스당 5000달러, 강세 시나리오에서는 600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UBS도 금값이 내년 상반기에 5000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모간스탠리는 내년 중에 금값이 5000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했다. 20일 금 선물가격은 4582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브루킹스연구소의 브룩스는 미국이 막대한 재정적자를 계속 감당할 수 있는지 전세계적으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금이 수혜를 입고 있다고 지적했다.

달러 약세 전망에 따라 비트코인 가격도 올해 상승세를 지속할 것이란 낙관론이 고조되고 있다. 스탠더드 차터드의 애널리스트인 제프 켄드릭은 미국 재무부의 국채 바이백 확대 발표가 나온 뒤 "이제 투자자들은 올해 말까지 비트코인 가격이 10만달러까지 상승할 것에 대비해 포지션을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 재무부의 조치가 장기 국채의 유동성을 개선할 것이라며 비트코인은 역사적으로 정부가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 개입할 때 수혜를 입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증시는 장기 국채수익률 상승세에 이번주 약세를 보이고 있다. 주식시장으로선 국채수익률이 하락하는 것이 좋다. 국채수익률 상승은 차입 비용을 늘려 경제 성장세에 부담을 주고 기업들의 이자 비용을 증가시켜 순이익에 압박을 가하며 미래 이익의 현재가치를 끌어내려 밸류에이션을 낮추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