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가 AI(인공지능) 붐이 정점에 가까워지며 성장세가 둔화될 것이라는 시장의 우려를 잠재웠다. 이에 따라 최근 부진한 흐름을 보였던 엔비디아 주가는 26일(현지시간) 시간외거래에서 5% 가까이 상승했다.
콜레트 크레스 엔비디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날 장 마감 후 실적 콘퍼런스 콜에서 "2028회계연도에 매출액이 대략 70% 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는 블룸버그가 집계한 애널리스트들의 성장률 전망치 45%를 크게 웃도는 것이다. 2028회계연도는 내년(2027년) 2월에 시작해 2028년 1월에 종료된다.
크레스 CFO는 반도체 공급이 더 원활하다면 매출액 성장률이 더 높아질 수 있다며 "놀랍게도 우리는 지금과 같은 규모에서도 수요가 가속화하고 있는 것을 보고 있다. 고객사들의 전망치는 우리의 성장률이 내년에 두 배도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엔비디아의 낙관적인 성장 전망은 오픈AI가 챗GPT를 내놓은지 만 4년이 다 돼 가면서 AI 인프라 수요가 정점에 근접했다는 이른바 'AI 고점론'에 대한 우려를 가라앉혔다. 이 결과 엔비디아 주가는 실적 발표 직후 시간외거래에서 1% 이상 하락에서 4.7% 상승으로 방향 전환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도 이날 "AI 인프라 구축이 전속력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현재 본격적인 양산 단계에 들어간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반도체 시스템인) 베라 루빈은 정확히 이 순간을 위해 만들어졌다"고 강조했다.
엔비디아는 2027회계연도 2분기(올 5~7월) 실적도 시장 예상을 크게 웃돌았다. 조정 주당순이익(EPS)은 2.22달러로 전년 동기 1.05달러와 전 분기 1.87달러에 비해 크게 늘었다. 이는 LSEG가 집계한 애널리스트들의 전망치 2.10달러를 웃도는 것이다. 전체 순이익은 539억5000만달러로 1년 전 247억6000만달러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962억2000만달러로 애널리스트들의 전망치 921억7000만달러를 큰 폭으로 상회했다. 이는 전년 동기 467억달러에서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이 가운데 데이터센터 부문의 매출액이 890억달러로 92.5%를 차지했다. 이로써 엔비디아는 16개 분기 연속으로 매출액이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기록을 세우게 됐다.
회계연도 3분기(올 8~10월) 매출액 가이던스는 1080억달러±2%로 제시했다. 이는 사상 처음으로 분기 매출액이 1000억달러를 넘어서는 것으로 애널리스트들의 전망치 1050억달러를 상회하는 것이다.
회계연도 3분기 매출총이익률은 약 74%로 전망했다. 하지만 앞으로 수개월 동안은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에 대처하느라 이익률이 낮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엔비디아는 매출총이익률이 회계연도 4분기에 71~72% 수준에서 바닥을 칠 것으로 봤다. 크레스 CFO는 엔비디아도 제품 가격을 올리면서 2028회계연도에는 매출총이익률이 72~73% 범위에서 안정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날 실적 발표에서 엔비디아가 전달한 핵심 메시지는 AI 칩에 대한 수요가 전혀 약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크레스 CFO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우리는 더 많은 (반도체) 공급을 원한다"며 "결국 문제는 우리가 반도체를 얼마나 더 만들어낼 수 있느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객들의 수요는 전혀 문제가 아니고 반도체를 만들어내는 대로 팔 수 있다는 의미다.
최근 엔비디아는 자사 칩을 구매하는 AI 회사들이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금융 지원에 잇달아 나서면서 반도체 판매를 늘리기 위한 순환거래로 매출액을 부풀리고 AI 버블을 키울 수 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엔비디아는 이달 초 골드만삭스와 블랙록 등 6개 금융회사와 AI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5000억달러 규모의 금융 플랫폼을 구축하기로 했다. 금융회사들이 GPU(그래픽처리장치)를 담보로 자금을 대출하면 엔비디아가 GPU 잔존가치 하락분의 최대 25%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엔비디아는 이와 별개로 소프트뱅크가 미국 오하이오주에 짓는 대형 데이터센터를 오픈AI가 임대해 사용할 수 있도록 최대 1050억달러를 지급 보증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크레스 CFO는 오픈AI 같은 AI 기업들은 제품을 개발하고 개선하기 위해 컴퓨팅 역량을 확보해야 하지만 반도체 공급난으로 병목현상을 겪고 있어 엔비디아의 금융 지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이러한 지원의 규모를 인식하고 있으며 일부는 이를 순환금융이라고 부르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를 다르게 본다"며 "우리가 투자한 자본에 대한 지분 수익은 매우 탁월할 것"이라고 밝혔다.
황 CEO는 "큰 그림에서 보면 우리는 플랫폼 전환기를 지나고 있으며 이는 모든 컴퓨터 기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이 기업들은 역사상 가장 중대한 기술기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AI 수익화에 대해선 여전히 의문이 남아 있다. 리서치회사인 포레스터의 수석 시장 애널리스트인 나빈 차브라는 거대 기술기업들이 데이터센터 등 컴퓨팅 인프라에 지출하는 막대한 비용과 AI를 통해 실제로 이익이 창출되는 속도 사이에는 지속적으로 격차가 유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엔비디아 AI 칩의 중국 수출과 관련해서는 다음 분기에도 중국에서 데이터센터 매출액이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고 크레스 CFO는 밝혔다.
대형 기술기업들이 자체 맞춤형 AI 칩을 설계하고 있는데 대해선 황 CEO가 크게 우려하지 않는다며 이러한 칩은 제한된 범위의 특정한 용도로 설계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전혀 다른 것을 만들고 있다"며 대형 기술기업들은 앞으로도 엔비디아의 컴퓨팅 하드웨어에 의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26일 장 마감 후 실적을 발표한 사이버 보안업체인 크라우드스트라이크와 옥타, 고객관리 소프트웨어 회사인 세일즈포스는 일제히 어닝 서프라이즈로 시간외거래에서 주가가 10% 이상씩 급등했다.
27일 장 마감 후에는 광학 네트워킹 및 맞춤형 반도체 설계회사인 마벨 테크놀로지가 실적을 발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