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란전쟁에 요격미사일 바닥…"생산량 3~4배로" 7년 장기계약

뉴욕=심재현 특파원
2026.08.31 23:19
2019년 10월17일 오후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개최된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서울 ADEX 2019)' 야외 전시장에 중고도 탄도탄요격미사일 PAC-2(패트리어트)가 전시돼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미국이 이란과 6개월 넘게 장기전을 벌이면서 소진된 방공용 요격 미사일 재고를 채우기 위해 방산업계와 장기계약으로 생산량 확대에 나선다. 미사일 구매를 넘어 향후 7년 동안 최소 조달 물량을 제시해 생산라인과 공급망에 투자를 유도하는 방식이다. 이란 전쟁을 계기로 드러난 미국의 방공 미사일 생산능력 한계를 뜯어고치겠다는 조치로 풀이된다.

미국 국방부(전쟁부)는 31일(현지시간) 제너럴다이내믹스 산하 GD-OTS, 록히드마틴과 각각 7년짜리 다년조달 계약을 개시하는 기본 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협약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와 패트리엇 PAC-3 MSE 요격미사일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의 생산량을 늘리고 납품 속도를 높이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구체적으로 PAC-3 생산능력을 3배, 사드 생산능력을 4배로 확대하는 게 목표다. 제너럴다이내믹스는 요격미사일의 모터 케이스와 탐색기 하우징·중간부, 탄두 전개장치 등 주요 부품 생산 확대에 나선다. 전쟁부는 이번 협약이 인력 증원과 대량 자재 구매, 생산시설 확충에 대한 방산업체와 협력업체의 장기 투자를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 정부가 매년 필요한 미사일을 그때그때 주문하는 방식이 아니라 장기간 안정적인 수요를 제시하면서 방산업체들이 생산라인 증설에 필요한 대규모 투자를 감행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다만 실제 자금 집행은 매년 의회의 예산 배정에 달렸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번 장기계약이 단순한 재고 보충을 넘어 미국 방산 생태계의 생산방식을 바꾸는 시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쟁이 터진 뒤 주문을 쏟아내는 '전시 증산'에서 벗어나 평시에도 일정한 수요를 보장해 생산기반 자체를 키우겠다는 것이다.

이번 조치는 이란 전쟁이 미국의 방공망에 남긴 부담을 보여주는 신호이기도 하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이란과의 전쟁 과정에서 미국이 대량의 방공용 탄약을 사용하면서 지난달 27일 기준으로 PAC-3 요격 미사일 재고가 전쟁 전 2330발에서 759~827발로, 사드 재고는 452발에서 234~278발로 감소한 것으로 추정했다. CSIS는 전쟁 재개 이후 재고가 더 줄었을 가능성도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란 전쟁 첫 한 달 동안 미국이 패트리엇과 사드 요격 미사일을 합쳐 1000발 이상 사용한 것으로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그동안 이 같은 문제 제기에 대해 요격 미사일 재고가 충분하다고 주장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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