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중국 광둥성의 선전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미국·중국·러시아 3자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제기됐다. 러시아 인사를 통해 나온 얘기다. 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유리 우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외교정책보좌관은 이날 국영 베스티방송과 인터뷰에서 11월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회동할 가능성에 대해 "이 문제가 논의된 것은 맞다"며 미중러 3자 정상회담 가능성을 시사했다. 세 나라는 APEC의 일원이다.
우샤코프 보좌관은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은 참석할 것이라고 언급했고 푸틴 대통령도 참석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며 "(정상들의 참석이)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세 정상이 회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회담 가능성은 이날 키르기스스탄 비슈케크에서 열린 제26차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서 푸틴 대통령과 시 주석이 회담하는 과정에서 논의됐다고 덧붙였다.
지난 7월 마라트 베르디예프 러시아 외무부 특임대사는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 대표단을 직접 이끌고 11월18~19일 열리는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중국을 방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한국 경주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시 주석과 회담했고 이번 회의에도 참석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그는 이번 APEC 정상회의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 대화의 기회로 삼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올해 안에 김 총비서를 만나겠다며 북미 정상회담 개최에 의욕을 보여왔다. 두 정상의 회동이 성사된다면 이는 2018년 싱가포르, 2019년 베트남 하노이와 판문점에 이어 네 번째 대면이 된다.
트럼프행정부가 올해 유럽국가들, 캐나다 등 동맹들과 계속 마찰을 빚고 미국이 일으킨 이란전쟁을 비롯해 우크라이나전쟁, 가자전쟁 등을 아직 수습하지 못한 상황에서 미중러 3자 정상회담 가능성이 열린 데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미국의 보수성향 싱크탱크 미국기업연구소(AEI)의 잭 쿠퍼 선임 연구원은 "트럼프가 이번 선전 방문을 자신의 가장 권위적인 친구들을 만날 기회로 보는 게 분명하기 때문에 3자회동이 실현돼도 별로 놀라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이 일은 미국의 동맹국, 파트너국에 매우 문제가 될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3자회담이 미국의 동맹국들로 하여금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려는 움직임을 가속할 것이고 이는 결국 중국과 러시아에 이득이라는 게 그의 판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