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란 충돌, 유가 100달러 턱밑까지…"120달러 갈수도"

유효송 기자
2026.09.08 09:48
서울 서초구 만남의광장 주유소에서 시민들이 주유를 하고 있다/사진=뉴스1 /사진=(서울=뉴스1) 박정호 기자

미국과 이란 간 무력 충돌이 격화하면서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선에 바짝 다가섰다. 시장에서는 중동 해역에서 선박 공격이 격화될 경우 국제 유가가 배럴당 최대 12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8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 7일(현지시간) 국제 유가 벤치마크인 브렌트유는 장중 한때 배럴당 98달러를 돌파해 지난 7월 말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장 대비 1.8% 급등한 배럴당 93.10달러에 마감하며 지난 7월 말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란과 미국 간 긴장은 주말 사이 벌어진 무력 충돌로 최고조에 달했다. 미 중부사령부는 하르그섬과 자스크 지역, 오만만에서 이란 유조선 3척을 격침했다고 밝혔다. 앞서 이란이 미 군함 2척을 공격한 데 대한 보복 공격이다. 충돌은 주변국으로 확대돼 사우디아라비아 남서부 지잔의 아람코 석유시설까지 공격받았다.

골드만삭스는 이번 사태가 유가를 최대 120달러까지 밀어 올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댄 스트루이븐 글로벌 원자재 리서치 공동대표는 블룸버그 TV와의 인터뷰에서 "해상 운송로 공격이 더 확대되고 격화될 경우 브렌트유가 배럴당 12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며 최근 며칠간의 상황은 실제로 그렇게 전개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중동 지역 원유 수출이 정상화되면 유가가 80달러 선까지 내려갈 수 있는 하방 시나리오도 열어뒀다.

유가는 국제 정세가 급변하면서 가격이 출렁이고 있다. 지난 4월 말 이란 전쟁 여파로 배럴당 126달러까지 치솟았다가, 7월 초 미·이란 휴전 합의로 70달러대 초반까지 급락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무력 충돌로 평화 전망이 무산되고 각국 전략비축유마저 고갈되면서 공급 우려가 재부상했다. 원자재 컨설팅 업체 에너지 애스펙츠에 따르면 이란 전쟁 발발 이후 중국 외 지역의 원유 비축량은 4억 배럴 이상 급감했고, 해상 유조선에 실린 재고도 수년 만의 최저치로 떨어졌다.

정제유 시장에서는 이미 심각한 수급 경색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미국 디젤 도매가는 지난달부터 원유보다 배럴당 100달러 이상 높게 거래되고 있으며, 유럽 디젤 가격도 지난주 이 수준을 넘어섰다. 모건스탠리의 마틴 라츠는 "디젤 가격이 원유의 두 배에 달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정제유 시장을 보면 우리가 이미 심각한 수급 경색 국면에 들어섰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충돌이 당초 예상보다 장기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한 주요 석유 거래 회사의 임원은 "가격은 계속 오를 것"이라며 "문제는 그 상승세가 느린가 아니면 빠른가 하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요를 공급에 맞추려면 원유 가격이 오르거나 정제유 가격이 상당히 상승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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