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500지수는 지난 9월 한달간 0.5% 소폭 하락하는데 그쳤다. 같은 기간 미국의 10년물 국채수익률이 0.535%포인트 급등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선전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미국 주식시장 내부를 들여다보면 전혀 다른 실상이 펼쳐진다. 소형주 지수인 러셀2000지수와 중형주 지수인 S&P 미드캡 400지수는 지난 9월 한달간 각각 5.4%와 4.9% 급락했다. 중소형주는 상대적으로 부채비율이 높은 경우가 많아 금리 상승시 피해를 크게 받는다.
대형주 지수인 S&P500지수도 개별 종목을 살펴보면 고점 대비 10% 이상 하락해 조정장에 들어간 종목이 부지기수다. S&P500지수 내 11개 업종 중 지난 9월 한달간 상승한 업종도 정보기술(IT)이 유일하다. 나머지 10개 업종은 일제히 하락했다.
S&P500지수를 추종하는 SPDR S&P500 ETF(SPY)와 S&P500지수 내 모든 종목에 동일하게 투자하는 인베스코 S&P500 동일가중 ETF(RSP)의 수익률 격차도 S&P500지수 내 상당수 종목들이 약세를 경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SPY는 1일(현지시간) 종가 기준으로 지난 8월 중순에 기록한 사상최고가 대비 1.8% 하락했다, 반면 RSP는 지난 8월 중순에 기록한 사상최고가 대비 6.2% 떨어졌다. 이 결과 다우존스 마켓 데이터에 따르면 SPY와 RSP의 가격 격차는 1일 기준으로 2000년대 초반 이후 최대폭으로 벌어졌다.
브라운 테크니컬 인사이츠의 창업자인 스콧 브라운은 마켓워치에 "기술주는 버티고 있지만 솔직히 나머지 종목들은 거의 일직선으로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술주가 주식시장의 너무나 명백한 조정 양상을 가리고 있다"며 "종목 투자자이거나 일부 특정 기술주 이외의 종목을 보유하고 있다면 큰 문제를 겪고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S&P500 동일가중 ETF인 RSP는 이번주까지 7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이는 높은 인플레이션과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공격적인 긴축으로 미국 증시가 침체장에 진입하고 있던 2022년 5월 이후 최장기 약세가 된다. 만약 RSP가 다음주까지 8주 연속 떨어진다면 최소한 2003년 이후 최장기 하락세를 기록하게 된다.
S&P500지수 내에서 중기 추세선인 50일 이동평균선을 하회하는 종목도 늘고 있다. 최근 S&P500지수 편입 종목 중 50일 이동평균선을 밑도는 종목은 약 80%에 달한다. 이는 이란전쟁이 시작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된 지난 3월의 증시 매도세 이후 최고 수준이다.
S&P500지수 편입 종목 중 장기 추세선인 200일 이동평균선을 하회하는 종목의 비율도 약 60%에 이른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발표한 상호관세 충격으로 증시가 급락했던 지난해 4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겉으로 드러난 지수와 달리 시장 내부는 상당히 약화되고 있다는 점은 지난달 30일 기준으로 52주 신저가 종목 수가 52주 신고가 종목 수를 23거래일 연속 넘어섰다는 데서도 드러난다. 이는 2023년 10월 이후 최장기 기록이다.
당시 S&P500지수는 그 해 8월부터 10월까지 지속된 국채수익률 상승세로 압박을 받으며 고점 대비 10% 이상 하락을 뜻하는 조정 국면에 진입하기 직전이었다. 반면 지금은 국채수익률이 그 때보다 더 가파르게 오르고 있음에도 S&P500지수는 고점 대비 1.7% 하락하는데 그치며 견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8월 중순 이후 뉴욕증권거래소(NYSE) 등락주선(A-D Line)도 하락세로 돌아서 증시의 취약성을 드러내고 있다. NYSE 등락주선은 NYSE에 상장된 종목 중에서 상승한 종목의 수와 하락한 종목의 수 사이의 차이를 누적해 계산한 것이다. NYSE 등락주선이 내려간다는 것은 NYSE에서 상승한 종목보다 하락한 종목의 수가 더 많다는 의미다.
최근 미국 증시에서 상승에 참여하는 폭(breadth)이 이처럼 약화된 가운데 올 4분기 미국 증시에 대한 전망은 크게 두 가지로 갈린다.
첫째는 채권시장 매도세가 진정되고 그동안 소외됐던 업종과 종목으로 다시 자금이 유입되면서 증시가 랠리하는 것이다. 이 경우 상승세는 최근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던 소형주를 비롯한 금리 민감 업종이 주도할 가능성이 있다.
둘째는 S&P500지수의 추가 하락을 방어하고 있는 소수의 대표적인 AI(인공지능) 종목들마저 흔들리며 증시가 본격적인 조정 국면에 들어가는 것이다.
현재로선 AI주의 강세가 시장 전반으로 확산될지, 시장 전반의 약세가 AI주까지 끌어내릴지 판단하기는 어렵다. 다만 증시가 어느 방향을 향할지는 이란전쟁 진행 상황과 이에 따른 유가 움직임과 국채수익률 추이, 오는 13일부터 시작되는 3분기 어닝 시즌, 오는 11월3일 중간선거 등이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