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멕시코의 관세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미국 쪽에선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이 자동차와 철강 관세 인하에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의 이견이 이어지며 다음 달 3일(현지시간) 열리는 미국 중간선거 전 타결이 어려울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1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의 반대가 양국 관세 협상의 주요 장애물로 떠올랐다고 보도했다. WSJ는 정통한 관계자들을 인용해 "최근 며칠 사이 협정 체결을 위한 진전이 크게 둔화했다"며 러트닉 장관의 반대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수개월간 주도해 온 협상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멕시코는 캐나다와 함께 미국의 최대 교역 상대국이자 미국산 상품을 가장 많이 구매하는 국가다. 미국이 멕시코에 대해 철강·알루미늄과 자동차에 부과하는 관세를 낮추는 방안을 양국은 집중적으로 논의해왔다.
멕시코 정부는 협상 과정에서 관세율을 15% 이하로 낮추고, 미국·멕시코·캐나다 3개국에서 생산된 부품을 모두 관세 환급 대상에 포함하는 포괄적인 제도 도입을 요구했다. 관세 부담을 줄이는 합의는 북미 3국 간 무역 협정인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 갱신을 위한 추가 협상에도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됐다. 멕시코 정부 관계자들과 기업 경영진 사이에서는 협정 타결이 임박했다는 낙관적인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러트닉 장관은 멕시코산 자동차에 부과되는 25% 관세와 철강·알루미늄에 적용되는 50% 관세를 낮추는 데 반대해 왔다. 금속을 비롯해 철강·알루미늄으로 만든 완제품인 이른바 '파생상품'에 대한 관세 인하에도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자동차 부품에 포함된 미국산 부품의 가치에 따라 기업이 관세를 환급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환급을 신청하려면 방대한 서류를 제출하고 상무부의 승인도 받아야 한다. 이에 주요 자동차 업체들은 복잡한 절차에 불만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상대적으로 높은 관세율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멕시코산 자동차에 부과되는 관세는 25%인 반면 일본산과 한국산 자동차 관세율은 15%다. 높은 관세율에 더해 미국산 부품의 원산지를 추적하는 행정 절차도 거쳐야 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일부 기업이 관세 부담 때문에 생산 거점을 북미에서 아시아로 옮기고 있다고 협상단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에서는 USMCA의 원산지 규정이나 관세 환급 절차를 거치지 않고 중국 등 비용이 저렴한 국가에서 금속과 부품을 조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양국 정부는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졌다는 평가를 부인하며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루이스 로센도 구티에레스 멕시코 경제부 통상차관은 "협상에 진전이 있으며, 우리는 상무부와 건설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벤 카스 미국 상무부 대변인도 "상무부는 무역 문제와 관련해 멕시코와 지속적으로 대화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무역 정책을 진전시키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