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하는 이른바 '블루웨이브'가 나타나면 인공지능(AI) 투자심리가 위축될 거란 예상이 나온다. 규제가 강화돼 인프라 비용이 커지면 데이터센터 개발도 어려워질 거란 예측이다. 그럼에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K 반도체 기업은 여전히 견조할 거란 전망도 나온다.
2일(현지시간) 미국 선거 예측 기관인 디시전 데스크 HQ에 따르면 민주당의 하원 탈환 가능성은 83%다. 상원 탈환 가능성도 63%로 전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선거 예측기관들 전망을 통해 민주당이 하원에서 과반을 이상인 224석을 확보할 거라고 봤다. 통상 민주당 지지자들이 많다고 알려진 사전 투표도 1일(현지시간) 기준 5300만명을 넘겨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전문가들은 민주당이 상·하원 장악이 AI 주식 시장엔 악영향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민주당이 양원을 차지하면 AI 기술에 대해 더 엄격히 규제하고 감독할 것"이라며 "지방 정부들도 지역 사회에 데이터센터가 들어오는 걸 막아야 한단 압박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같은 날 니혼게이자이(닛케이) 신문도 "민주당 진영이 대거 당선되면 데이터건설 지연이라는 새로운 악재에 직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를 반영하듯 글로벌 투자은행 UBS가 선정한 공화당 관련 주식들은 지난 8월 최고치를 찍은 이후 급락했다. S&P500 지수를 크게 밑돌기까지 했다.
데이터센터 '전기요금' 문제 떠오를 듯
민주당이 의회 권한을 쥐면 데이터센터 관련 규제가 더 세질 거란 관측이 나온다. 지난 9월30일 미 의회서 쟁점이 된 '전기요금 납부자 보호법'이 대표적이다. 데이터센터에서 쓰는 전력 비용을 소비자에게 넘기지 않도록 막는 게 골자다. AP통신에 따르면 이날 미 상원은 해당 법안 표결을 실시했는데 찬성 57표, 반대 43표로 통과에 필요한 60표에 못 미쳐 부결됐다. 민주당 반대로 무산된 것이다. 하원에선 찬성 417표, 반대 3표로 압도적인 지지로 통과됐었다.
연방이 나서서 더 강하게 규제해야 한단 게 민주당 반대 이유였다. 주 정부가 따르지 않아도 되는 '허술한 법'이란 비판도 나왔다. 민주당 규제가 더 강경할 거란 걸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민주당 지지층에서 AI 규제 찬성 비율이 높은 것도 연관돼 있다. 지난달 로이터통신이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와 함께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층 약 80%가 AI 규제 강화에 찬성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 상·하원에서 민주당이 데이터센터에 대한 세제 혜택을 줄이거나 AI 초과 이익에 세금을 부과하는 법안을 다수 발의했다.
트럼프 거부권에도…AI 투자심리 위축 불가피
이는 데이터센터를 지어 규모를 키우려는 빅테크에 비용 부담으로 돌아올 전망이다. 모건스탠리의 미국 공공정책 연구 책임자인 아리아나 살바토레는 "당장 데이터센터를 멈춰 세울 법이 생기는 건 아니지만 2029년까지 관련 규제 법안들이 쏟아질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 이번 선거가 아주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AI 투자심리 위축은 불가피할 거란 전망이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기술 산업에 불리한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는 메타, 마이크로소프트(MS) 같은 주요 AI 투자 기업에 대한 악영향을 제한할 것"이라고 밝혔다.
레이리안트 글로벌 포트폴리오 관리 책임자인 필립 울은 "민주당이 압승을 거둔다면 이 같은 우려가 AI 관련 주식의 하락세를 촉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간선거 역시 AI 위협 요소로 떠오르며 한국, 대만, 일본 등 투자 심리가 위축될 수 있단 분석이다.
오버시차이니즈뱅킹(OCBC) 아프달 라흐만도 "미국에서 AI 관련 규제가 바뀌거나 인프라 투자가 흔들리면 반도체를 공급하는 아시아 국가 경제와 증시 전체에 곧바로 충격이 전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중간선거 이후 몇 주간 신중히 접근해야…"한국 반도체 기업 견조할 것"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달 31일 "중간선거가 끝난 뒤 향후 몇 주간은 투자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FT는 "올해 3월 이후 주식시장 낙관 전망을 유지하던 HSBC 자산운용팀도 입장을 바꿨다"며 "민주당 압승 가능성이 AI 미칠 영향, 이란 내전의 긴장 고조 등 이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선거 결과와 무관하게 견조할 거란 분석도 나왔다.
애버딘 인베스트먼트의 프룩사 이암통통 아시아·태평양 주식 부문 대표는 블룸버그통신에 "한국과 대만의 반도체 기업들은 구조적인 투자 흐름에서 여전히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며 "미국 중간선거 결과가 어떻게 나오더라도 이들 기업은 비교적 잘 대응할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말했다.
한편 도이치뱅크 분석에 따르면 과거 중간선거가 있던 해 23차례 중 21차례(91%)가 4분기 주가 상승을 기록했다. S&P500 지수 평균 상승률도 7%에 달했다. 선거가 끝나고 결과가 정해지면 불확실성이 해소됐다 판단, 주식 시장으로 돈을 쏟아부은 걸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