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고서 뜨거운 바람" 또 '50도' 찍었다...식량 테러? 유럽서 무슨 일이

윤세미 기자
2026.11.03 10:41

2일(현지시간) 유럽 전역 슈퍼마켓 수십 곳에서 냉장·냉동 시스템이 사이버 공격을 받으면서 온도가 급등, 식료품을 대량 폐기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지난달 프랑스에서 슈퍼마켓 700여곳이 유사한 공격을 받은 지 약 3주 만이다. 유럽 내 식량 안보에 대한 불안을 조장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2일(현지시간) 아일랜드 더블린에 있는 슈퍼밸류 매장에서 한 여성이 일부 비어 있는 진열대를 살펴보고 있다./로이터=뉴스1

유럽 전역 슈퍼마켓 수십 곳, 동시다발 사이버 공격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날 스웨덴 '이카'와 '쿱' 일부 매장에서 냉동고 온도가 50도 이상으로 치솟았다. 벨기에 아홀드델레이즈, 까르푸, 앵테르마르셰, 이케아 일부 매장과 아일랜드의 슈퍼밸류, 핀란드의 K스토어, 에스토니아의 셀버 매장에서도 냉동 설비 문제가 보고됐다.

스웨덴 외스테를렌에 있는 이카 매장 점장은 현지 매체 인터뷰에서 "해커들이 냉장 관리 시스템에 침입에 설정을 변경했다"면서 "냉동고 안에서 뜨거운 바람이 계속 나왔다. 온도를 조절할 수도 없었다"고 말했다.

덴마크 냉동 시스템 제조업체 댄포스 대변인은 유럽 각지에서 발생한 이번 사건도 지난달 프랑스에서 발생한 사건과 마찬가지로 자사 제품이 관련돼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11일 밤 프랑스 전역 슈퍼마켓 약 700곳의 냉장·냉동 시스템이 사이버 공격을 받아 마비된 바 있다.

미국 보안 전문업체 포어스카우트의 대니얼 도스 산토스 부사장은 블룸버그에 지난주 기준으로도 댄포스 시스템 가운데 약 5000개가 인터넷에 노출돼 있어 사이버 공격에 취약한 상태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부 소매업체는 시스템이 위험에 노출된 사실을 몰랐을 수도 있고 패치가 불가능한 구형 시스템을 교체하거나 교체 비용이 잠재적 손실보다 크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2일(현지시간) 스웨덴 셰보의 한 이카 슈퍼마켓에서 직원이 폐기할 냉동식품을 카트에 옮겨 싣고 있다./로이터=뉴스1

배후 자처 단체 없어…"사회 불안 노린 듯"

크리스토프 한센 유럽연합(EU) 농업·식품 담당 집행위원은 이번 사건을 "식량 공급망을 교란하려는 고의적인 시도"라고 규정하며 "이 같은 사이버 공격이 반복되는 것은 매우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아직 배후를 자처한 단체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 연계 해커가 관여했을 가능성을 의심한다. 포어스카우트는 올해 들어 냉장 시스템을 대상으로 한 공격이 20건 넘게 발생했다면서 이 중 다수가 친러시아 해커 집단과 연관돼 있다고 밝혔다. 산토스 부사장은 "현재까지 증거로 볼 때 금전적 동기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면서 "아마도 누군가가 사회에 '우리는 너희들의 식량 공급을 방해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으로 읽힌다"고 말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많은 사람들이 진열대에서 식료품이 사라진 모습을 목격했을 때 심리적 충격이 분명하다"면서 "이는 국가 연계 행위자들이 관여했을 가능성을 뒷받침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바이낸스 해킹 배후는 북한으로 지목됐으나 이번 사건의 경우 러시아나 중국 연계 해커들의 소행일 가능성이 제기된다"고 전했다.

최근 서방 안보당국은 러시아가 유럽에서 다양한 형태로 사보타주(고의적인 파괴·교란 행위) 작전을 펼치고 있다며 이러한 작전이 향후 몇 달 동안 더 격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해왔다. 그러나 러시아는 사보타주나 하이브리드 전쟁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거듭 부인하고 있다.

벨기에 사이버보안센터 대변인 카트리엔 에거스는 "이번 공격의 배후는 끝내 밝혀지지 않을 수 있다"면서 특히 인공지능(AI)을 이용한 사이버 공격이 늘어나는 상황을 우려했다. 그는 "모든 정보기술(IT) 시스템은 잠재적으로 취약하며 이제 AI를 이용하면 이러한 취약점을 성공적으로 악용할 수 있다"면서 "특히 고도의 공격 역량을 갖춘 해커 집단들이 그렇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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