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1달러인데 억만장자? 실리콘밸리 겨냥 '부유세' 투표 촉각

백소희 기자
2026.11.03 17:40

[美 중간선거] 트럼프 감세 후폭풍…"억만장자세, 메디케이드 재원으로"
세르게이 브린·마크 저커버그 반대…젠슨 황은 찬성

캘리포니아 억만장자세, 억만장자세 찬반 주장/그래픽=윤선정

미국 전역에서 3일(현지시간) 상·하원 의원, 주지사 등을 선출하는 가운데 캘리포니아주는 이른바 억만장자세 도입 주민투표를 중간선거와 동시에 치른다. 억만장자 자산에 일회성 세금을 부과하는 법안이다. 여론조사에서는 찬성이 우세하지만 실리콘밸리는 물론이고 민주당·노동계에서도 반대 여론이 나와 투표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AP통신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는 순자산 10억달러(약 1조 3419억원)를 초과시 그 5%를 일회성 세금으로 부과하는 '주민발의안 40호'에 대한 찬반투표를 실시한다. 2026년 1월 1일 기준 캘리포니아에 주 거주지를 둔 모든 사람에게 적용된다. 과세 범위는 상장 주식, 비상장 기업 지분, 벤처 캐피털 보유 자산 등 유동 자산과 비유동 자산을 모두 포함한다.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억만장자의 순자산에 세금을 부과하는 부유세가 시행되는 셈이다.

이번 발의안은 의료보험에 대한 연방 예산 삭감에 대응해 예산 확보 방안을 모색하는 가운데 마련됐다. 발의안을 주도한 서비스직원국제노조(SEIU) 산하 의료노동자연합(SEIU-UHW)은 트럼프 행정부의 메디케이드 지원 축소로 향후 5년간 연방 의료 예산이 1000억달러 삭감된다고 밝혔다. 메디케이드는 미국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공동 재정을 투입해 저소득층과 장애인 등에게 제공하는 공공 의료보험이다. 캘리포니아 주민 3명 중 1명 이상이 메디케이드를 통해 건강보험 혜택을 받고 있다.

버니 샌더스 버몬트주 상원의원이 2026년 10월 5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억만장자 과세 제안과 관련된 40호 발의안을 지지하는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이들은 예산삭감의 대안으로 초고액 자산가들의 주요 수입원인 투자 소득을 겨냥했다. 빅테크 CEO들은 소속 회사에서 최소한의 급여를 받지만 채권·비상장 기업 지분·지적 재산권·예술품 등으로 자산을 보유해 소득세를 무력화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의 경우 2013년부터 메타 연봉이 상징적 금액인 1달러에 불과하다.

그러나 캘리포니아는 이미 미국에서 소득세율이 가장 높은 데다 주 소득세 수입의 절반을 상위 1% 소득자에게 의존하고 있다. 일부 노조 단체도 여기서 억만장자세를 더 걷으면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공공 투자가 줄어들어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또 다른 의료 단체는 "일회성 세금이기 때문에 5년 후 세수가 끊기면 다시 재정 절벽 사태를 맞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리콘밸리, 저지에 총력…젠슨 황, 이례적 찬성

특히 실리콘밸리에서 반발이 거세다. 억만장자세에 반대하는 정치활동위원회(PAC) '더 나은 캘리포니아 건설' 모금액이 약 3억3300만달러를 돌파한 가운데 세르게이 브린 구글 공동창업자는 그중 30%인 1억달러(약 1420억원)를 지원했다.

벤처 투자가이자 팔란티어 창업자인 피터 틸, 구글의 공동창업자 래리 페이지와 에릭 슈미트 전CEO, 패트릭 콜리슨 스트라이프 CEO 등 실리콘밸리 주요 인사들이 반대 캠페인에 힘을 보탰다. 저커버그 CEO는 억만장자세 도입에 대비해 의결권 없는 주식을 매각해 세금을 납부하되 최대 주주 지위는 유지하는 방안을 이사회와 마련했다. 순자산이 2200억달러를 웃도는 만큼 예상 세금 부담은 110억달러를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빅테크 수장 가운데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이례적으로 찬성했다. 그는 CBS 인터뷰에서 "더 많이 버는 만큼 더 많이 납부해야한다는 데 동의한다"고 말했다. 이어 "5년간 80억달러를 세금으로 낼 수 있다는 건 특권"이라며 "세금을 내는 것이 두렵지 않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도 찬반대립

2026년 10월 5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중간선거를 앞두고 억만장자 과세 제안과 관련된 40호 발의안 지지자들이 집회에 참석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민주당 및 진보진영도 의견이 엇갈린다. 버니 샌더스 버몬트주 상원의원은 대표적인 찬성파 인물이다. 반면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뉴섬 주지사는 "고소득자들이 주를 떠나게 되면 공공 서비스 자금이 줄어들어 교사·사서·보육·소방·경찰 등 필요한 분야에 대한 투자가 감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선거 민주당 주지사 후보인 재비어 베세라, 공화당 후보 스티브 힐튼 역시 억만장자세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캘리포니아 공공정책연구소의 9월 조사에서 찬성의견은 약 52%로 반대 46%보다 많았다. 하지만 투표가 임박한 2일 기준 예측시장에서는 큰 격차 부결이 전망된다. 칼시와 폴리마켓 모두 통과 확률을 30% 미만으로 보고 있다.

한편 이 같은 40호를 저지하는 주민발의안 41·42호도 함께 주민투표에 오른다. 41호는 새로운 세금이 메디케이드에 전용될 수 없도록 하는 내용, 42호는 부동산을 제외한 다른 자산에 세금 부과를 금지하는 내용이다. 두 발의안 중 하나라도 40호보다 더 많은 찬성표를 얻으면 이를 대체할 수 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