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협력업체에 "중국 고객 비중 절반 이하로 줄여라" 요구

백소희 기자
2026.11.03 17:27

중국 AI 굴기 견제

[베를린=AP/뉴시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19일(현지 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독일 투자 서밋’(인베스트 인 저머니 서밋) 개막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젠슨 황은 "디지털 기술이 기존 제조업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경쟁력을 높이는 수단이 될 것"이라며 "전자가 원자를 대체할 수 없듯이 인공지능(AI)은 우리의 역량을 강화할 뿐 대체하지 못한다. 따라서 이 기술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2026.10.20. /사진=민경찬

엔비디아가 데이터센터 협력업체들에게 중국 고객 비중을 줄이도록 요구했다. 자사 AI(인공지능) 반도체에 대한 중국 기업의 접근을 제한하려는 조치다.

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최근 클라우드 컴퓨팅 고객사들에게 AI 서비스 판매량의 최소 51%를 중국이 아닌 고객사에게 공급하도록 요구했다.

이 같은 기준은 전 세계 데이터센터 사업자를 대상으로 적용된다. 해당 방침은 문서가 아닌 구두 지침 형태로 엔비디아 영업·지역팀에 전달됐고 두 팀이 주축으로 해당 지시를 집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조치는 미국 정부가 해외 클라우드 컴퓨팅 계약을 통한 중국 기업의 첨단 반도체 접근을 차단하려는 움직임과 맞물린다. 그동안 중국 기업들은 해외 데이터센터를 임대하고 그곳의 엔비디아 고성능 AI 칩을 활용해 대규모 AI 모델을 학습시켜 왔다. 미국이 엔비디아의 최신 AI 칩 'B300'의 중국 수출을 금지하면서 B300은 암시장에서 국제 시세의 4배가 넘는 가격에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엔비디아는 앞서 규정 준수 심사를 통과한 기업만 칩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이른바 '화이트리스트'를 도입했다. 화이트리스트 도입 후 아시아 지역 AI 칩 구매 고객 수가 절반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중국의 밀수 경로가 감소하면서 중국 기업들이 해외 데이터센터 임대 계약에 더욱 의존하게 됐다고 분석한다.

이번 조치로 중국 기업 의존도가 높은 동남아시아 지역의 데이터센터 사업자가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싱가포르의 한 업계 관계자는 FT에 "미국이 아닌 지역에서 중국 이외 고객을 충분히 확보하기 쉽지 않다"며 "엄격하게 시행될 경우 사업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미국과 더불어 전 세계 AI 컴퓨팅 수요의 양대 축으로 꼽힌다. 특히 중국 기술기업들은 동남아 데이터센터 시장의 핵심 고객층이다. 엔비디아가 새로운 지침을 밝히면서 데이터센터 사업자들은 중국 외 고객 확보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고객 확보에 실패할 경우 설비 가동률과 운영 규모 축소 압박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편, 엔비디아 주가는 최근 한 달간 13% 이상 하락했지만 연초 대비로는 여전히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주가 조정 여파로 엔비디아는 시가총액 기준 세계 1위 상장기업 자리를 애플에 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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