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는 안 내고, 대학은 내는 저작권료 논란…왜?

초·중·고는 안 내고, 대학은 내는 저작권료 논란…왜?

박광범 기자
2016.01.07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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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런치리포트][19대 국회, 이 법만은⑪-수업 목적 저작권 보상금법(1)]

[편집자주]  19대 국회가 막바지에 다다랐습니다. 머니투데이 더300과 의제와 전략그룹 '더모아'는 우리의 실생활에 밀접한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법안임에도 우선순위에 밀리거나 이해충돌로 처리되지 못하고 있는 법안들을 선정 '19대국회, 이 법만은' 시리즈를 런치리포트로 기획합니다.

#. 서울의 한 고등학교 역사 교사 A씨는 수업 중 인기 예능 프로그램인 무한도전 '하시마섬(군함도)의 비밀편'을 학생들에게 보여줬다. 일본 근대화의 상징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하시마섬과 관련, 일제강점기 하시마섬으로 끌려간 한국인 강제징용 희생자들에 대한 역사적 사실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 한 사립대학교 역사교육학과 B교수는 신라시대에 대해 수업을 하던 중 드라마 '선덕여왕'을 보여줬다. 글과 말로만 수업하는 것보다 드라마를 통해 설명하는 게 학생들의 이해를 돕는데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A교사와 B교수는 똑같이 교육 목적으로 방송 프로그램을 수업 중에 틀어줬지만 A교사의 행위에선 저작권료가 발생하지 않았고, B교수의 행위에선 저작권료가 발생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현행 저작권법에 있다. 현행 저작권법은 '교육'이란 공적 목적 달성을 위한 저작권 제한과 이에 따른 보상금 규정으로, 학교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운영 교육기관, 교육지원기관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고시에 따라 보상금을 지급하고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초·중·고등학교는 보상금 납부 대상에 포함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에도 저작권료를 면제해주는 법안이 19대 국회에 계류중이지만 제대로 논의조차되지 않고 있다. 다른 법안들에 우선순위에서 밀리면서다.

6일 국회에 따르면 수업 목적 저작권 보상금 납부 의무 면제 대상을 현행 초·중·고등학교에서 대학까지 확대하는 내용의 저작권법 개정안은 소관 상임위인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개정안은 서상기 새누리당 의원과 유기홍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 한 것으로, 이들은 수업목적이라는 본질적 측면에서 초·중·고등학교와 대학을 구분하는 것은 타당성이 부족하다고 본다.

이는 대학 측의 요구사항이기도 하다. 대학들은 보상금 납부 의무 면제 대상인 초·중·고등학교와 대학이 교육이란 공공성 측면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고 주장한다. 또 학생들의 경제적 부담 경감과 수업의 다양성 확보 등을 이유로 내세운다. 대학들이 내는 보상금이 등록금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서울대·성균관대·한양대·명지전문대·서울디지털대 등 5개 대학은 2012년 문화체육관광부를 상대로 '수업 목적 보상금 기준 고시 취소 소송'을 제기해 패소하기도 했다.

반면 정부는 교과서 위주의 초·중·고등학교 수업과 달리 대학교 수업은 최신 저작물 등 경제적 가치가 상대적으로 큰 저작물 이용이 많다고 본다. 대학까지 보상금 납부 의무 면제가 이뤄질 경우 저작권자의 권리를 과도하게 제한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러나 이들 개정안은 현재까지 교문위 법안소위에서 논의조차 못됐다. 정부의 반대가 완고해 우선 순위에도 다른 법안들에 밀렸기 때문이다.

그나마 대학에 비해 파급력이 적은 평생학습기관들에 대해 저작권료를 면제해주는 법안은 논의가 이뤄졌다. 도종환 더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으로 평생교육시설, 직업능력개발훈련시설, 군 교육·훈련시설 등에 대해서도 보상금 납부 의무를 면제해주자는 것이 골자다. 해당 개정안은 지난해 11월 교문위 법안소위에서 논의됐지만 역시 정부 반대로 처리에는 실패했다. 도 의원안 대로라면 사설학원 운영 기관까지도 포함될 뿐 아니라 저작권자의 권리가 과도하게 제한돼 창작자의 창작의지를 저해할 수 있단 우려가 이유였다. 정부는 보상금 납부 의무 면제 대상 범위를 조정할 경우 법안 통과가 가능하단 입장이다.

이들 법안들에 대한 앞으로 논의 일정도 현재까지 정해지지 않았다. 추후 교문위 법안소위 재논의를 위해선 여야가 해당 안건 상정에 합의해야 하는 상황이다. 교문위 관계자는 "물리적으로는 2월 임시국회와 4월 임시국회에서 법안심사가 가능하다"면서도 "20대 총선을 앞두고 있는 시점이어서 법안 심사가 심도 있게 진행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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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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