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행정 개혁 TF, 과거 세무조사 점검 결과 공개…'외부위원 세무조사 자료열람 불가' 한계도

이명박 정권 초기에 이뤄진 태광실업 세무조사와 연예인 김제동 소속사 세무조사, 박근혜 정부 때 이뤄진 이현주 DW커리어 대표 일가에 대한 세무조사 등의 과정에서 '중대한 조사권 남용'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국세청판 '적폐'가 드러난 것으로 내부 개혁의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국세청 내외부 인사로 구성된 '국세행정 개혁 태스크포스(TF·단장 강병구 인하대 교수)'는 20일 과거 정부에서 이뤄진 3개 사안, 5개 기업에 대한 세무조사에서 국세기본법의 조사권 남용이 의심되는 등 중대한 문제점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TF가 지난 8월 활동을 시작한 이래 국회나 언론 등에서 문제가 제기된 전체 62 건의 세무조사에 대해 점검한 결과다.
TF는 한승희 국세청장에게 문제가 드러난 사안에 대해 수사 협조 등 적법 조치를 취하고 교차 세무조사 금지 등 강력한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태광실업 세무조사, 중립성과 공정성 위배"
이번에 문제가 드러난 태광실업 세무조사는 광우병 파동 등으로 위기에 몰린 이명박 정부가 반대 세력을 제압하기 위해 기획한 대표적인 '정치적 표적 조사'로 꼽힌다. 실제 이번 TF 조사에서도 조사권 남용이 의심되는 정황이 다수 발견됐다.
국세청은 태광실업과 현지 공장 운영 법인을 비정기 조사 대상으로 선정했는데, 박연차 회장 일가에 대한 표적 세무조사라는 의심이 제기될 소지가 있다고 TF는 판단했다.
부산에 위치한 태광실업에 대해 교차조사라는 명목으로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 조사에 나선 데 대해서도 TF는 "교차조사 신청과 승인의 과정에서 외견상 문제점은 없어 보이지만 신청부터 조사 착수까지 절차가 짧은 기간에 신속하게 이뤄진 점은 이례적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TF는 또 태광실업 관련 기업 수십 개를 추가로 조사 선정하는 등 조사 범위기 지나치게 확대된 측면이 있고 조사 착수 직전 관할 조정 승인을 받는 등 조사 절차가 형식적으로 운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일부 업체는 탈루 혐의가 미미한데도 조사 대상자로 추가 선정된 사실이 확인됐고, 일부 기업은 전 세목에 걸쳐 과도하게 조사 대상 과세 기간이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조사 종료 전에 태광실업과 박연차 회장 등이 검찰에 고발 조치를 한 것도 통상적이지 않다고 봤다.
TF는 한상률 국세청장이 조사에 직접 관여했다고 주장하는 관련인의 진술 자료를 바탕으로 "특정인의 과도한 개별 조사 관여 정황 등 조사권을 남용해 세무조사의 중립성과 공정성 등을 위배한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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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김제동과 윤도현이 소속된 다음기획에 대한 세무조사 역시 '정치적 세무조사'라는 의혹이 짙었던 사안이다. 김연근 당시 국세청 조사국장이 국가정보원 직원에게 "광우병 파동 때 촛불시위를 주동한 세력을 압박하는 차원에서 해당 소속사에 대해 지난 2009년 세무조사를 시행한 바 있다"고 했다는 검찰 진술도 알려져 있다.
TF는 "서류상으로 조사 선정 과정에서 별다른 문제점은 발견할 수 없지만 언론에 보도된 문건에 따르면 조사 목적 이외의 세무조사권 남용이 의심되는 정황이 있다"고 밝혔다.
이현주 DW커리어 대표 일가에 대한 세무조사는 최순실 씨 단골 성형외과인 김영재 원장 가족회사의 해외진출을 컨설팅해준 후 부정적인 의견을 전달했다고 이유로 이뤄졌다는 의혹이 있다. 이 대표는 보복 세무조사로서, 가족 3개에 걸쳐 부당하게 조사를 받았다고 주장하며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과 임환수 전 국세청장을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TF는 "고위관료 등이 국세청 세무조사에 관여했다는 특검 수사 과정의 관련인 진술 기록 등을 볼 때 조사 대상 선정과 관련해 국세기본법상 조사권 남용 금지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다"고 밝혔다.
◇ "국세청장, 검찰 조사 적극 협조해야"
TF는 태광실업 세무조사 건에 대해서는 공소시효 완성 여부 등 법적 요건을 검토해 적법 조치하고 강도 높은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아울러 그동안 조사권 남용 수단으로 비판을 받아 온 교차 세무조사에 대해서는 근본적 개선 방안을 마련해 즉시 시행할 것을 주문했다.
TF는 "적정 이행 여부에 대해 감사원 등 괴부기관의 객관적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다음기획과 이현주 DW캐리어 대표 일가 세무조사는 이미 검찰에 고발됐거나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는 점에서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는 엄정한 수사가 필요하므로 국세청장에게 적극적인 협조를 권고했다"고 밝혔다.
TF는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이뤄진 언론사 세무조사 역시 조사 대상에 포함했지만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박근혜 정부 시절 다음카카오, CJ E&M 등에 대한 세무조사도 경미한 절차 위반은 있지만 중대하고 명백한 위반에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TF는 이같은 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종합적인 국세행정 개혁방안을 만들어 다음달 중 발표할 계획이다. 한승희 국세청장은 TF의 지적과 권고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히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번 TF 활동은 3개 세무조사 사안에 대해서만 중대한 조사권 남용을 확인하는 데 그쳤다는 점에서 한계도 지적된다. TF는 국세청 내부 위원 9명, 외부 위원 10명으로 구성해 지난 8월 31일부터 6회에 걸쳐 회의를 개최했다.
하지만 외부 위원들에겐 조사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세무조사 자료 열람이 원천 봉쇄됐다. 국세기본법에 세무공무원은 과세정보를 타인에게 제공 또는 누설하거나 목적 외의 용도로 사용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점검 결과도 구체적인 납세자 인적 사항을 공개하지 않고 법인이나 관련자를 익명으로 처리해 발표했다.
TF 관계자는 "TF 활동의 내재적 한계로 조사권 남용에 대해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며 "세무조사의 중립성과 공정성, 과세형평성, 납세자 권익 보호를 위한 개혁 방안을 마련해 국세청장에게 권고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