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하게 정장이 필요할때, 2만원 들고 이곳 가면 된다

한보경 기자
2015.01.03 10:00

[Book]'나는 그곳에서 행복을 만납니다'…돈·명예·성공 위에 있는 행복을 향해 걷다

“사람들이 줄을 서는 곳이되 매출 욕심이 일하는 즐거움을 넘어서지 않기를 바라며 되도록 그들의 인기나 수익이 사람들을 위해 쓰이는 곳을 찾았다.”

“우리는 인기가 공익을 해치는 곳은 발굴하지 않았다는 데서 보람을 느끼며 대기업의 수익이나 스타업체의 이윤을 보태주기 위해 영혼을 담지 않았다는 데서 기쁨을 느낀다.”

‘나는 그곳에서 행복을 만납니다’의 작가진이 책 서두에 밝힌 소감이다. 이웃집 숟가락이 몇 개인지를 서로 알았다는 옛날(?)과 달리 지금은 대부분 생활공간이 폐쇄돼 있다. 숟가락이 몇 개인지는 커녕 이웃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게 현실.

재화가 넘쳐나고 승자의 삶을 강요하는 각박한 현대사회에서 사람들은 이웃과 어울릴 만한 공간을 잃어버렸다. 그래서 저자들은 ‘21가지 공간’을 찾는다.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더 많은 매출을 올릴까 머리를 굴리는 대신 나눔과 어울림을 실천하며 삶의 참된 의미를 찾는 ‘특별한’ 사람들의 공간과 이야기를 책에 담았다.

저자들이 찾은 정장공유 서비스 ‘열린옷장’은 정장이 필요한 이들에게 3박4일 동안 정장 한 벌을 저렴한 비용(2만원)으로 대여해 주는 곳이다. 급하게 정장을 입을 일이 생겼는데 선뜻 고가의 옷을 구입하기 힘든 이들에겐 오아시스 같은 공간. 대부분 옷은 기증받는다. 이곳에선 단지 옷만 대여해 주는 게 아니다. 줄지어 있는 정장 한 벌마다 응원메시지가 담겨 있고 옷을 기증하는 사람과 옷을 빌리는 사람 사이에 따뜻한 교감이 오간다.

저자들이 찾은 또 다른 공간은 카페 ‘프롬나드’다. 이곳이 여느 카페와 다른 것은 사람을 중시한다는 점. 근사하게 차려진 카페 안에서 정작 직원들은 저가에 노동력을 제공하기 일쑤지만 이 곳은 다르다. ‘프롬나드’의 김성동 대표는 커피의 맛과 서비스질을 높이는 절대적 방법은 직원들에게 정당한 보상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 정직원제를 택하고 직원교육에도 과감히 투자한다.

김 대표는 바리스타가 자신의 일과 실력에 대해 자긍심을 가질 때 커피맛과 서비스가 월등히 좋아진다고 믿는다. 직원들을 홀대하는 기업주들이 간과한 것은 ‘직원들의 충성도 감소가 고객들에게 전염된다’는 점이다.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고 모든 사람이 동등한 위치에서 미래를 존중받는 게 희귀한 일이 돼 버린 지금, 부당함에 익숙한 대한민국에 ‘프롬나드’는 물음표를 던진다.

세계적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은 10여년 전 저서 ‘소유의 종말’에서 ‘소유’의 중요성이 희석되고 ‘접속’의 개념이 부각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물질을 가지는 것 자체보다 네트워크가 새로운 자산이 된다는 것. 10여년이 지난 지금 아직 ‘소유’의 의미가 희석된 것 같진 않다. 하지만 저자들이 찾은 ‘21가지 공간’을 비롯해 함께 나누고 어울리며 인적 네크워크의 가치를 발견하는 사람은 점점 많아지고 있다.

◇나는 그곳에서 행복을 만납니다=홍상만·주우미·박산하 지음. 꿈결 펴냄. 295쪽. 1만4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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