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 장서는 '책'으로 국한한 출판의 개념 바꾼 결과"

김고금평 기자
2015.05.13 06:03

[인터뷰] 인원선 국립중앙도서관 관장…디지털, 박물관, 온라인 3가지 키워드에 집중할 계획

임원선 국립중앙도서관 관장은 "1000만 장서 확보는 우리의 창조역량이 커진 걸 보여주는 증거"라고 말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500만권을 돌파한 2004년부터 빠른 속도로 늘었어요. 거의 10년 만에 500만 권이 추가됐으니까요. 그만큼 출판계가 성장했다고 볼 수 있는 셈이죠. 잡지든 기타 간행물이든 우리의 창조역량이 컸다고 봐야합니다.”

임원선(53) 국립중앙도서관 관장은 올해 개관 70주년을 맞아 장서 1000만 권을 확보한 쾌거에 대해 “이 정도까지 올 정도는 솔직히 몰랐다”며 이같이 말했다.

1000만권 확보는 미국, 프랑스에 이어 15번째 기록. 1945년 10월 28만5000권이 100만 권이 되기까지 꼬박 43년이 걸렸으나, 2004년 500만 권 돌파 이후엔 무서운 속도로 질주했다. 임 관장은 “앞으로 20년 쯤 후엔 2000만 권 돌파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예측했다.

이 수치는 ‘종이책’에 국한하지 않는다. 디지털 시대에 출판의 의미는 텍스트에 머물러있지 않고 영상이나 노래, 방송 자료 등으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일종의 패러다임이라고 볼 수 있어요. 출판이라는 것 자체가 출판의 문턱을 넘어야하는 역설이 존재하는 셈이죠. 텍스트가 지닌 특징이 분명 있지만, 그것에 몰입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고 봐요. e북에서도 텍스트와 함께 의미 있는 영상이나 음악이 담긴 하이퍼링크의 구성을 담고 있잖아요. 텍스트가 주는 깊이 있는 사고라는 장점만으로 해결될 수 없는 시대에 우린 살고 있어요. TV의 다큐멘터리를 통해서도 의미 있는 전달은 이미 충분히 진행되고 있거든요.”

이 때문에 임 원장은 ‘1000만권 시대’에도 독자가 없다는 세간의 쓴소리에 동의하지 않는다. 지식과 정보가 담겨있는 모든 매체를 ‘책’으로 정의해야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출판은 어느 정도 독자를 확보한다는 전제를 두기 때문에 출판사가 그간 ‘게이트키핑’(뉴스 취사선택과정) 역할을 해왔지만, 인터넷 시대에서 게이트키핑 기능은 사라졌어요. 사람들 스스로 (뉴스를) 선별할 수 있는 능력이 커진 겁니다.”

수집과 보존이 주 업무인 국립중앙도서관은 이런 시대적 흐름에 부응하기위해 책 이외의 다른 매체를 수집하는 기능을 확대하고 있다. 총선 자료처럼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정보를 수집하거나 웹(web)에서 활발하게 떠도는 자료, TV 방송 자료 등을 모으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미 올해 2월부터 SBS와 업무협약을 통해 얻은 방송자료만 29만 건을 넘어섰다.

디지털화 작업도 서두르고 있다. 지난해부터 시작한 디지털 작업은 현재 45만6000권 정도로 대부분 고서적이다. 향후 10년간 250만 권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권당 10만 원씩 한해 20만 권을 해야 목표치를 달성하는데, 예산 부족으로 한해 4만 권 정도에 그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디지털화된 자료는 우선 저작권법에서 허용하는 전국의 1만9000여 도서관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고, 앞으로 저작권료를 지불하고 안방도서관에서도 이용할 수 있도록 관련 기관과 법제도 개선도 협의해 나갈 예정이다.

안방도서관까지 이용할 경우 전자책 시장과 겹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임 관장은 “국립중앙도서관 이용률을 집계해 디지털책 250만 권 중 안방도서관에서 자주 이용하는 책들은 출판사에 넘기고, 우리는 나머지 부분에 전력하는 방안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 관장이 임기 내 가속도를 붙여 완성하고 싶은 목표 중 하나가 바로 책의 디지털화다. 또 하나는 디지털화하는 과정 속에 디지털화하지 않는 작품의 가치를 상승시키는 것이다. 소위 콘텐츠 자체보다 콘텐츠를 담고 있는 물성(物性)이 강조되는 식. 백석 시인의 시집이 경매에서 7000만 원에 거래된 것은 물성의 가치를 강조한 대표적 사례다.

“흔히 ‘라키비움’이라고 하죠. 라이브러리, 아카이브, 뮤지엄을 하나로 만드는 일종의 도서관 박물관을 만드는 일이에요. 아직 구체적으로 실현된 곳은 없지만, 문학 분야에서 이걸 실현해보고 싶은 꿈이 있어요.”

마지막으로 임 관장이 꿈꾸는 목표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 온라인 매체의 빅데이터를 수집하는 것. 시대변화를 통해 학문적 연구를 하고 싶은 이들에게 공익적 요소로 온라인 자료들을 쓰게 하는 것이다. 임 관장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도서관 역시 시대 변화에 맞는 위상을 정립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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