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어떤 친구가 파리하고 못생긴 호마(胡馬) 한 필을 보고 그것이 뛰어난 재주가 있다 하여 값을 후히 주고 사오게 되었으나, 집안이 매우 가난해서 그는 말을 늘 굶겼다. 이 호마가 더욱 파리해져서 걸음도 제대로 못 걷고 죽기 직전이 되자, 그는 말을 그만 잡아서 고기로 팔고 말았다. 아! 이 호마가 참으로 못생기고 쓸모가 없어서 그렇게 되었을까? 또는 그 옳은 주인을 만나지 못해서 재주를 발휘하지 못했다고 할까?"(이익. '성호사설' 제6권)
조선 후기 실학자 이익은 동물과 사람과의 일화를 통해 임금이 백성을 다스리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배웠다. 그는 백성이 인재가 되기도 하고 쓸모 없는 사람이 되기도 하는 것은 임금의 통치력에 달렸다고 이야기했다. '개미'를 통해 이 세상에 쓸모 없는 사람이 없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천하에는 쓰지 못할 물건이 없음을 알았다. 남쪽 지방에 개미 기르는 자가 있는데, 그 개미 이름을 양감애(귤 기르는 개미)라고 한다. 귤을 심으면 잔 벌레가 생겨서 열매를 먹는 것이 걱정인데, 개미만 많으면 벌레가 생기질 못한다. (중략) 왕 되는 사람이 세상을 다스리는 데 버릴 인재가 없다는 것을 이로써 추측할 수 있겠다."(이익. '성호사설' 제4권)
개미도 귤을 기를 줄 아는 재주를 부린다. 그는 개미 한 마리도 쓸모 있는 존재로 만들었다. 따라서 그는 임금이 세상에 쓸모 있는 자리를 만들어야 할 뿐 아니라 쓸모 있는 자리를 배정하는 역할도 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조선의 유학자들, 특히 실학자들은 동물에 관한 기록들을 많이 남겼다. 산과 바다, 초목과 산천, 곤충과 물고기, 동물과 사람에 관한 기록을 통해 당대 사회상을 꼬집거나 통치의 이치에 대해 논했다.
책은 조선의 선비들이 남긴 동물 관찰기를 토대로 인간세상의 규율을 정하려 했던 유학자들의 세계관을 다루고 있다.
◇'유학자의 동물원'=최지원 지음. 알렙 펴냄. 360쪽/1만7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