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예술가' 한진 창업주 조중훈이 그린 열정지도

장시복 기자
2015.12.05 03:04

[따끈따끈 새책]'정석 조중훈 이야기, 사업은 예술이다'…국내 최대 수송그룹 한진 창업주 평전

"사업은 예술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육해공 종합수송그룹, 한진그룹을 일군 고(故) 정석 조중훈 창업주의 삶과 경영 철학을 담은 평전이 나와 눈길을 끈다. 굴곡진 현대사를 거치며대한항공·한진해운등을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시킨 그의 일대기는 제목처럼 마치 한편의 예술 드라마 같다.

조중훈은 그 시대의 다른 대기업 창업주들이 대개 그렇듯 일제 강점기부터, 한국전쟁, 베트남전쟁, 88 서울올림픽 등 굵직한 사건들을 관통하며 실패와 성공을 거듭한 끝에 경제계의 거물로 올라섰다. 마치 영화 '국제시장'의 경영인 실화 버전을 연상케 할 정도다.

조중훈은 서울에서 유복하게 태어났지만 아버지의 사업실패로 가세가 기울어 휘문고보를 중퇴한 뒤 해원양성소에 들어가면서 집안의 생계를 책임져야했다. 요즘 흔한 말로 '흙수저'였던 셈이다.

힘든 여건이었지만 늘 가슴에는 도전정신을 품었다. 먹고 살기 위해 바다를 건너 일본과 중국을 오가면서도 선진 문물을 배우고 큰 꿈을 키웠다. 전후 미군부대의 캔맥주 운송업무를 시작으로 한평생 하늘과 바다, 땅 에서 '수송 외길'을 개척해왔다. 일을 할 때마다 마치 예술작품을 만들듯 '장인정신'으로 임했다.

늘 책을 가까이하며 주경야독을 하고, 철저한 기술과 현장 경영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모습은 자수성가형 대기업 창업주의 '정석'을 그대로 따른다. 한마디로 '실전 파이터'형이다.

그를 직접 만나 본 적은 없지만 책을 통해 대범하고 멋진 인생을 산 호인의 풍모를 접하게 된다. 조중훈은 늘 조금 지더라도 결국은 그게 이기는 길이라는 생각을 가졌다. 1960년대 정부의 요청으로 적자투성이였던 대한항공(옛 대한항공공사)을 손해 보고 사들 였지만 각고의 노력 끝에 세계적 항공사로 키운 게 대표적 사례다.

조중훈이 강조한 키워드가 여럿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띈 것은 신뢰다. 여러 고난 속에서도 신뢰가 결국 그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 미국은 물론 중동·유럽·일본·중국 등 해외 각국을 뛰어다니며 쌓아온 신뢰가 결국 그의 사업 밑천이 됐던 것이다.

현대사의 한 복판에서 벌어진 그의 실전 경영 사례들은 읽는 재미와 함께 교훈도 남긴다. 경영학적으로 접근해봐도 의미가 있다. 예컨대 조중훈은 하나의 낚싯대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낚싯대론'을 늘 주창했는데, 결국 이는 IMF 이후 문어발식 사업을 하다 어려워진 기업들이 찾은 '선택과 집중' 구호의 원조 격이다. 사업이 어려울 때 이 책에 나온 그의 위기 극복기를 참조하면서 시사점을 얻을 수 도 있을 듯하다.

그가 세계 최초의 김치공장을 짓고, 국내 최초의 먹는샘물을 만들었다는 등의 뒷이야기들도 쏠쏠한 재미를 준다. 다만 평전이더라도 너무 밝은 면 위주로만 구성된 점은 다소 아쉬움으로 남는다.

조중훈은 인하대·항공대 등을 통해 우리나라 인재 육성에도 공을 세웠다. 그의 '자녀 교육법'도 궁금했는데 훈계하기 보다는 스스로 깨우치는 '자유방임형'이었던 듯하다.

실제 그의 장남 조양호 현 한진그룹 회장이 미국유학을 갔을 때 1년 만에서야 통화를 해 "수고했다"는 한마디만 건넨 사례가 나온다. 그의 이념과 철학이 후대 경영인들에도 잘 이어져 계속 사회에 크게 이바지하는 기업으로 성장하길 기대하며 책장을 덮었다.

◇정석 조중훈 이야기, 사업은 예술이다=이임광 지음. 청사록 펴냄. 392쪽/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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