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을 뜻하는 헬(Hell)과 신분사회인 조선의 합성어인 '헬조선', 부모의 재력에 따라 계급이 구분되는 '수저론'이 현재 한국사회를 뒤덮고 있다. 두 신조어에는 현실의 벽 앞에서 좌절한 청년세대의 절망이 담겨 있다.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바라보는 시대에 어쩌다 한국은 '지옥'이라 불리게 된 것일까.
'어쩌다 한국은'의 저자 박성호는 노동, 역사, 정치, 언론, 종교, 교육, 국방, 미래 등 동떨어진 듯 보이는 분야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어떻게 서로 얽혀서 지금의 우리 사회를 만들었는지 보여준다. 책은 저자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여덟 번의 강의를 엮었다.
모든 사회문제 가운데 저자가 가장 관심을 쏟는 분야는 '노동'이다. 첫 강의 주제로 '노동'을 다룬 저자는 산업혁명 이후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기술력이 노동자의 생계뿐 아니라 기존의 자본주의 체제 자체를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고 진단한다. 저자는 이런 노동환경 속에서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대안으로 국가가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는 돈을 주는 '기본 소득'을 제시한다.
저자는 '역사' 편에서 한국 근현대사에는 해결되지 않은 모순이 누적돼 있다고 말한다. 우리 민족 특유의 정서를 상징하는 '한(恨)'은 누적된 모순이 불러온 결과라고 지적한다. 나아가 이러한 모순의 고리를 끊기 위한 해법으로 '정치'를 내세운다. 저자는 민주주의에서 가능한 다양한 제도들을 알아나가는 데 재미를 느껴야만 현대 사회의 정치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강조한다.
책은 정치권력을 가진 집단을 제하고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권력 집단으로 재벌, 언론, 종교 집단, 사학집단을 꼽는다. 책 전반에 걸쳐 등장하는 자본가를 제외하고 차례대로 강의 주제로 다루고 있다. '언론' 편에서는 언론이 그동안 어떻게 자본과 권력에 길들여져 왔는지 설명하고 뉴미디어의 가능성을 탐색하며 언론의 진정한 역할에 대해 살펴본다. '종교' 편에서는 우리나라 주류 개신교의 성장 배경과 대형교회들의 문제점을 파헤친다. '교육' 편에서는 비리로 얼룩진 사학재단에 맞서 참교육을 외친 전교조의 성장과 몰락을 재조명한다.
저자는 마자막 '미래' 편에서 '르네상스적 제너럴리스트'가 되자고 조언한다. 모든 학자가 모든 학문을 연구했던 르네상스 시대처럼 우리 모두가 각 분야에 대해 얇고 넓게 알아야만 미래 사회에 대처할 수 있다고 말한다. 자본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자본이 가장 두려워하는 '현명한 소비자'가 되는 것이 희망을 위한 길이라고 강조한다.
◇ 어쩌다 한국은=박성호 지음. 로고폴리스 펴냄. 392쪽/1만4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