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홍색을 좋아하는 '나쁜 페미니스트'…모든 차별에 저항하라

이해진 기자
2016.03.19 03:10

[따끈따끈 새책]나쁜 페미니스트…불편하고 두려워서 페미니스트라 말하지 못하는 당신에게

한국 사회에선 여성혐오가 일상화됐다. 온라인 상으로 여성 강간이 모의 되고, 랩이나 TV 개그 프로그램 등 대중문화에선 여성 비하 코드가 너무 쉽게 쓰인다. 왜? 그래도 되는 사회적 분위기니까.

이에 대한 반격으로 여성들이 반(反) 여성혐오 사이트를 만들기 시작했고 개그우먼 김숙의 이른바 '가모장제' 캐릭터가 여성들 사이 뜨거운 인기를 누리고 있다지만 거기까지다. 당당히 "나는 페미니스트다"라고 외칠 수 있는 여성은 아직 많지 않다. '남성 혐오자'라는 굴레가 두렵거나 감히 페미니스트라기엔 자신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기 때문.

그러나 아이티계 미국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록산 게이 교수는 "페미니스트가 되지 않기보단 차라리 나쁜 페미니스트가 되겠다"고 말한다. 게이는 그의 저서 '나쁜 페미니스트'에서 그녀가 보그지를 즐겨보며 금기의 색인 분홍색을 좋아하는 나쁜 페미니스트라 고백한다. 여기에서 '나쁜'은 도덕적 의미가 아니라 '부족한, 완벽하지 않은'의 의미다. 높은 기준을 세워 놓고 그에 못 미친다고 힐난한다면 누구도 페미니스트라는 말을 쉽게 꺼내지 못하므로, 좀 부족하더라도 페미니스트로서 여성의 권리를 맘껏 주장하자는 설득이다.

게이는 더 나아가 성차별 이외의 차별들에까지 저항할 것을 주문한다. 예를 들어 책에는 한국인 에피소드가 등장한다. 이웃에 살던 한국 학생들이 이사하자 건물 관리 직원은 오래 참았다는 듯 아파트에 밴 '그 지독한 냄새'를 빼느라 고생했다고 말한다. 게이는 페미니스트는 이러한 종류의 차별에도 저항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리는 여성일 뿐 아니라 각기 다른 인종, 성적 지향, 계층 배경 등 차이를 가졌으며 이러한 차이에 대한 포용 없인 페미니즘도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2014년 '나쁜 페미니스트'는 미국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타임즈는 '2014년은 록산 게이의 해'라고 선언했다. 게이의 메시지가 빛난 것은 그녀의 글이 삶과 분리되지 않아서다. 십대 시절 숲에서 '몹쓸 짓'을 당하고 폭식증에 걸렸던 게이는 페미니즘이 그녀에게 마음의 평화를 찾아주었다고 고백했다.

그러니 당신이 여성이든, 남성이든, 분홍색을 좋아하든, 포르노를 즐겨 보든 이제 다 괜찮다. 모든 인간이 평등한 대접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믿는다면, 우리 기꺼이 '나쁜 페미니스트'가 되자.

◇나쁜 페미니스트=록산 게이 지음. 노지양 옮김. 사이행성 펴냄. 376쪽/1만5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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