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UP스토리]서스테이너블랩 서선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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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은 숫자로 증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여행 스타트업 대표에서 바이오 소재 기술 기업가로 변신한 서선미 서스테이너블랩 대표의 말이다. 서스테이너블랩은 산불피해목과 농식품 부산물을 활용해 플라스틱을 대체하는 소재와 제품을 개발하는 기후테크 스타트업이다.
전 세계 연간 플라스틱 폐기물은 약 3억5000만톤에 달하며 이중 66%가 사용 후 5년 이내 버려지는 생활소비재에서 발생한다. 국내 역시 연간 700만~1200만톤 규모의 플라스틱 폐기물이 발생하고 있으며 정부는 2030년까지 30% 이상 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서스테이너블랩의 출발점은 뷰티산업이었다. 서 대표는 "뷰티·퍼스널케어 분야는 전체 플라스틱 사용량의 약 66%를 차지하고, 유럽을 중심으로 환경 규제가 가장 먼저 적용되는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회사는 농식품·해양 부산물을 활용한 화장품 원료와 플라스틱 용기를 없앤 고체 화장품을 선보이며 친환경 실험에 나섰지만 사용 편의성의 한계로 근본적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서 대표는 문제의 본질을 제품이 아닌 소재에서 찾았다. 기존 바이오 플라스틱의 부산물 함량이 15~20% 수준에 머무는 한계를 넘어 부산물이 중심이 되는 소재 설계를 시도했다. 수많은 실험 끝에 함량을 70~80%까지 높이고 정제 공정을 최소화해 탄소를 소재 내부에 고정하는 구조를 구현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테라핀'(Terrafin)이다. 테라핀은 왕겨와 산불 피해목, 커피박, 굴 껍데기 등 버려지던 바이오매스를 플라스틱 대체 소재로 전환해 탄소를 장기간 저장하도록 설계한 바이오 CCUS(탄소 포집·활용·저장) 소재다. 공인 시험에서 소재 1kg당 평균 0.949kg의 탄소 저장량이 확인됐다. 현재 테라핀은 조달 등록을 마쳤으며, 환경 인증과 ISO 인증 취득도 진행 중이다. 서 대표는 "기존 ESG 제품과 달리 탄소감축 효과를 수치로 증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기술 개발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가장 큰 장벽은 인프라 부족이었다. 플라스틱 사출 장비는 수십억원에 달하는 고가 설비였고 스타트업이 초기 실험을 맡길 수 있는 공장도 국내에는 거의 없었다. 결국 첫 소재 테스트는 베트남에서 진행됐고, 해외 실험을 통해 물성과 가공 가능성을 검증하며 기술적 기반을 다져 나갔다. 이 경험은 서스테이너블랩이 단순 친환경 브랜드를 넘어 딥테크(첨단기술) 소재 기업으로 방향을 확립하는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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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스테이너블랩은 산림 자원으로 원료 다변화에 나섰다. 서 대표는 산림청과 한국임업진흥원이 추진하는 '청년 산림창업 마중물 지원사업'에 선정되면서 산불과 재선충 피해로 발생한 목재를 안정적으로 수집·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제품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R&D) 예산도 함께 지원받았다.
그는 "그동안 농식품 부산물에 머물러 있던 원료 범위를 산불 피해목 등 산림 자원으로 넓히면서 소재 개발의 가능성이 크게 확장됐다"며 "버려지거나 소각되던 산림 부산물을 탄소 저장 기능을 지닌 소재로 전환함으로써 보다 다양한 형태의 탄소 저장 소재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을 맞았다"고 말했다. 이어 "산림 자원 활용은 단순한 원료 다변화를 넘어, 산불 피해 복구와 자원 순환, 탄소 저감이라는 환경적 가치까지 동시에 연결되는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서 대표는 "시중의 친환경 소재는 '얼마나 빨리 썩는가'라는 생분해 중심 기준에 머물러 있다"며 "생분해 과정에서 탄소가 다시 배출될 수 있고, 추출·정제 과정에서도 많은 에너지가 소모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앞으로 친환경 소재의 기준은 '빠른 분해'가 아니라 얼마나 오래 탄소를 저장할 수 있는가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스테이너블랩은 기술 상용화와 함께 산업 적용도 늘려나가고 있다. 현대건설과의 PoC(기술검증) 협력을 통해 주거 단지용 어메니티와 조경 시설 기반 도시녹화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으며, 글래드호텔 어메니티 공급과 포스코 APEC 굿즈 개발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을 이어가고 있다.
이와 함께 테라핀을 활용해 라이프 어메니티 브랜드 '이든(Idden)'도 선보였다. 고체 치약 '얼스탭', 교체형 칫솔 '얼스브러시', 업사이클링 뷰티 제품 '블렌저 얼스바' 등 휴대성과 친환경성을 결합한 제품들을 판매한다. 서 대표는 "친환경 제품이 반복 구매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기능과 디자인 모두에서 선택받아야 한다"며 "이든은 여행의 즐거운 경험을 일상으로 확장한 브랜드로, 소비자 조사에서 디자인 만족도 96%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서스테이너블랩의 목표는 단순한 소재 납품을 넘어 일상에서 쓰이는 친환경의 표준을 만드는 데 있다. 서 대표는 "누구나 일상에서 쓰는 친환경의 표준을 만들고 싶다"며 "버려진 자원의 출처와 서사를 하나의 소재 브랜드로 연결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플라스틱 대체 소재 '테라핀'은 아직 기존 플라스틱보다 20~30% 가량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부산물 수거와 가공 등 추가 공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만 대량생산 체계가 구축되면 단가를 기존 수준까지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1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플라스틱 산업과 달리 대체 소재 산업은 이제 막 초기 단계에 진입한 만큼, 규모의 경제 확보와 공정 혁신이 핵심 과제로 꼽힌다는 게 서 대표의 설명이다.
서스테이너블랩은 앞으로 소재 원산지와 탄소 저장 데이터를 추적하는 '테라핀 OS' 시스템을 구축하고, 향후 인공지능(AI)을 접목해 소비자가 제품 사용만으로 자신의 탄소 저감 기여도를 확인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