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민주주의거든'은 일본 포스트모던 문학의 기수로 평가받은 다카하시 겐이치로의 신문 칼럼을 모은 책이다. 칼럼의 주제는 모두 '민주주의'에 초점을 맞춘다.
저자는 일본 동일본대지진이라는 자연재해가 인재(人災)로 둔갑한 '원전사고'를 겨냥한다. 원전사고가 민주주의의 중대한 결함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민주주의의 결함뿐 아니라 일본이 미지의 혼란으로 빠져 들어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로 소개된다.
저자는 일본처럼 국가 정책으로 원전을 추진하는 프랑스의 지성, 자크 아탈리의 말을 인용해 일본의 원전 '사용 자격'에 의구심을 제기한다. 민주주의야말로 원전을 사용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라는 이유에서다. 정보 공개와 투명성이 결여된 사회인 일본이 자칫하면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몰고 오는 원전을 쓸 권리가 있겠냐는 얘기다.
저자는 "민주주의 사회가 이래도 될까"하는 질문도 던진다. 이와 함께 다시 만들어야 할 '우리의 민주주의'란 무엇인지를 일상의 쉬운 언어로 풀어간다. 일본에서 민주주의가 되살아나기 위해 필요한 사고방식이란 무엇인지 짚는다.
저자는 일본의 다양한 사회 문제도 함께 논한다. 혼자 사는 시대, 초고령화, 하류 노인·여성의 빈곤, 인구 절벽, 지방 소멸, 가난의 대물림, ‘재특회’와 같은 극우의 준동까지 폭넓은 주제를 낮은 시선에서 바라봤다.
저자는 소설가. 문예평론가이자 대학교수다. 대학 시절 학생운동에 참여했다가 1970년 체포되어 도쿄구치소에 구금당한 전적이 있다. 이때 읽기와 쓰기를 제대로 할 수 없을 정도로 극심한 실어증을 앓기도 했다. '사요나라 갱들이여', '우아하고 감상적인 일본 야구' 등 전위적인 작풍의 소설로 포스트모더니즘 문학의 선구자로 불린다.
◇우리의 민주주의거든=다카하시 겐이치로 지음. 글항아리 펴냄. 240쪽/1만2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