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 바람'…왜 국가가 국민의 소득을 보장해야하나?

이해진 기자
2016.04.23 03:21

[따끈따끈 새책]사회신용…'왜 기본소득이 필요한가'

유럽에서 '기본소득' 열기가 뜨겁다. 스위스가 오는 6월 전 국민에 매달 2500 스위스프랑(약 297만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안을 국민투표에 부칠 예정이다. 네덜란드, 핀란드도 도입을 진지하게 검토 중이다.

이 열기는 자본주의의 심장인 미국으로도 번지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싱크탱크인 브루킹연구소는 최근 '기본소득을 진지하게 고려해볼 때'라는 글을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이렇듯 기본 소득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지만 정작 '왜 기본소득이 필요한가'란 질문에 대한 설득력 있는 답은 보이지 않는다. '사회신용론'의 창시자인 클리포드 H.더글러스가 쓴 '사회신용'이 그 답을 제시하고 있다.

책은 "왜 이렇게 돈은 늘 부족한가?"라는 물음에서 시작한다. 더글러스는 은행이 돈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라 봤다. 은행은 돈을 만들어내고 또 '부분준비제도'라고 해서 사람들이 맡긴 예금의 8~10배 이상의 돈을 기업에 대출해 이자를 착복한다. 금융 파생상품은 그 규모가 50~80배까지 증폭된다.

문제는 이런 사태가 상품의 가격을 결정한다는 점이다. 가격에는 은행 부채의 이자와 감가상각비 등의 비용이 상당량 포함돼 있다. 때문에 근로자가 번 소득도 실은 생산비용의 일부분일 뿐이다. 결국 이자가 붙는 부채인 '은행신용'의 비중이 커지면 커질수록 자본은 늘 부족하고, 귀한 것이 된다.

더글러스는 그래서 '은행신용' 대신 국가가 돈을 만들고 공급하는 '사회신용' 경제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가가 '공공통화'를 만들고 이를 국민배당 형태로 골고루 분배해, 국민의 소득을 보장해야 한다는 논리다. 그래야 자본이 부족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

그렇다면 그래도 되는 근거는 무엇인가? 더글러스는 생산의 90%는 노동력이 아닌 도구와 프로세스의 문제라고 봤다. 산업의 생산을 결정하는 것은 공동체의 문화적 유산이나 전통에서 비롯된 도구나 프로세스들이다. 그것들은 몇몇 기업이나 발명가에게서 온 것이 아니라 몇 세대를 걸쳐 공동체가 상속 받아온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 상속인으로서 '배당'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

더구나 더글러스는 기본소득 필요 배경 중 하나로 산업 자동화·기계화로 인한 과잉 실업을 꼽았다. 기계로 일자리가 줄어 듦에 따라 기업의 완전고용을 통한 소득 보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 '알파고 쇼크' 이후 우리 사회에 대두된 '로봇에 의한 실업' 공포도 이와 멀지 않은 이야기다.

◇사회신용=클리포드 H.더글러스 지음.이승현 옮김.역사비평사 펴냄.200쪽/1만2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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