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전 오늘…'강아지똥·몽실언니' 아동문학계 큰 별 지다

박성대 기자
2016.05.17 05:55

[역사 속 오늘] 아동문학가 권정생 작가 타계

고 권정생 작가의 생전 모습/출처=권정생어린이문화재단

#해방 후 외국에서 돌아온 거지 가족의 딸인 몽실이는 계부의 폭력 탓에 한쪽다리를 절고 사는 절름발이 소녀다. 몽실이는 전쟁통에서 인간의 양면성을 지켜보면서 '어떤 일이 있더라도 살아야 한다'고 다짐한다.

그는 언니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어렸지만, 부모를 대신해 이부·이복동생들을 데리고 생계를 위해 구걸을 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주변 어른들이 차례차례 죽어가면서, 동생들과 흩어지게 된다. 하지만 몽실이는 끝까지 꿋꿋하게 버티며 인간다움을 잃지 않는다.

30년 후 몽실이는 성실한 구두수선쟁이와 결혼해 남매를 둔 어머니가 된다. 그는 폐결핵으로 요양소에 입원한 이복동생을 위해 닭찜을 싸들고 한 달에 한 번씩 찾아가는 등 주변사람들의 의지가 되며 굳세게 살아간다.

분단시대 한국문학의 가장 사실적이고 감동적인 작품으로 꼽히는 '몽실언니'의 줄거리다. 단발머리에 하얀 저고리와 검정 치마를 입고, 검정 고무신을 신은 채 갓난아이를 등에 업은 몽실이의 모습은 험난한 시대를 살아온 한국인들의 자화상이었다.

이 작품을 쓴 아동문학가 권정생 작가는 1937년 일본 도쿄의 빈민가에서 태어났다. 그는 광복 직후인 1946년 외가가 있는 경북 청송으로 귀국했지만 가난으로 인해 가족들과 헤어져 어렸을 때부터 나무장수·고구마장수·담배장수 등을 전전했다.

이후 경북 일대를 떠돌다 1967년 안동시 일직면 조탑동에 정착해 그 마을 교회 문간방에서 살며 종지기가 된다. 그는 1969년 동화 '강아지 똥'을 발표해 월간 기독교교육이 주관한 제1회 아동문학상을 받으며 동화작가의 길을 걷는다. 이어 1975년엔 제1회 한국아동문학상을 받는다.

몽실언니 책 표지./출처=창비

그는 종교적 믿음을 바탕으로 △자연과 생명 △어린이 △이웃에 대한 사랑을 주요 주제로 다뤘다. 몽실언니를 비롯해 '사과나무밭 달님' '하느님의 눈물' '오소리네 집 꽃밭' 등 다수의 아동 문학작품을 세상에 내놓는다.

1970년대 아동문학은 교훈주의를 바탕으로 순수하고 착한 동심을 지향하는데 치우쳤지만, 권정생은 달랐다. 그는 전쟁 후유증에 시달리는 사람들, 변두리로 밀려난 사람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그의 작품 가운데 강아지 똥과 몽실언니는 각각 100만부 이상 팔리면서 아동문학계의 대표 베스트셀러로 자리잡는다. 장애와 천대를 안은 채 살아온 가련한 이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그대로 드러나는 작품으로 그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독자를 확보한 동화작가가 된다.

인세가 들어올 때마다 남을 도우면서 정작 본인은 청빈한 삶을 사는 '무소유'를 몸소 실천하기도 한다. 그러던 중 9년 전 오늘(2007년 5월 17일) '인세는 어린이로 인해 생긴 것이니 그들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7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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