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를 이해하면 세상이, 인생이 보인다

김유진 기자
2016.05.21 03:05

[과학책을 읽읍시다] <8> 커트 스테이저의 '원자, 인간을 완성하다'

[편집자주] 과학은 실생활이다. 하지만 과학만큼 어렵다고 느끼는 분야가 또 있을까. 우리가 잘 모르고 어렵다며 외면한 과학은 어느새 ‘로봇’이나 ‘인공지능’의 이름으로 인간을 위협하는 존재로 우리 앞에 섰다. ‘공상’이란 수식어를 붙여야 더 익숙한 과학을 현실의 영역에서 마주하게 된 것이다. 더는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그대’로 과학을 방치할 수 없다. 과학과 친해지는 손쉬운 방법의 하나는 책 읽기다. 최근 수년간 출판계 주요 아이템이 과학이란 것만으로도 읽어야 할 충분한 이유가 된다. 과학에 대한 이해를 토대로 사고의 지평을 넓히고 싶은 독자라면 ‘과학책을 읽읍시다’ 코너와 함께하길 기대한다. 연재는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이 과학계 오피니언 리더들과 함께 선정한 우수 과학도서를 중심으로 구성된다.

과학 시간에 처음으로 ‘원자’의 개념을 배우던 날을 기억하는지 모르겠다. 우리의 몸을 비롯해 세상의 모든, 보고 만질 수 있는 것이 전부 작은 알갱이에서 출발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받은 충격. 눈으로는 볼 수 없는 작은 알갱이가 모여 ‘분자’라는 또 다른 작은 알갱이를 구성하고, 분자가 모여 공기, 흙, 나무 같은 세상 모든 것을 만들어낸다는 이야기는 신비한 세계다.

우리는 우주를 배우면서 자신이 한없이 작은 존재임을 깨닫고 겸허해진다. 곧 자신도 하나의 우주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모든 것이 닮아있다는 자연의 프랙탈 구조 속에서 인간이 어디에 있는지를 깨달으며 객관화된 ‘인간’이라는 개념을 넘어 ‘나’에 대한 이해를 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무심코 우리는 바람에 실려온 별들의 먼지를 일구고 빗물 한잔에 든 우주를 마신다." '포스트 모더니즘'이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세상에 내놓은 이합 하산(Ihab Hassan)이라는 미국의 문화평론가의 말이다. 그의 말처럼 우리는 원자와 상호작용을 하면서 살아가지만 이 원자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알려고 하지 않는다.

미국의 한 대학에서 자연과학을 가르치는 커트 스테이저 교수는 이 책 '원자, 인간을 완성하다'를 통해 어른들을 위한 '자아 찾기' 가이드를 자처한다. 적게는 10년, 많게는 수십년 전의 잠깐의 배움으로 끝내려고 했던 원자에 대한 공부를 다시 끄집어낸다. 원자가 삶에는 그다지 필요 없는, 입시를 위한 배움이 아니라 우리 삶을 이해하는 핵심 열쇠라고 설득한다.

그는 '우리는 원자다'라고 정의한 뒤 "가장 원시적이고 본질적인 관점에서 인생을 해석하고자 한다면, 가장 최신의 과학정보와 그 정보에 비추어 이 세상을 재고하는 몇 가지 새로운 방식에 다가가라"고 조언한다. 이를 통해 세상이라는 큰 규모에도 유효한 '자기 인식'의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산소, 수소, 철, 탄소, 나트륨, 질소, 칼슘, 인 등 원자들을 탐험하는 여행이 시작된다. 우리는 폐 뿐만 아니라 눈을 통해서도 산소를 호흡하며, 흡입한 산소를 몸 속에서 물로 바꾼다. 인간의 몸의 3분의 2가 수소를 품은 물 분자로 이뤄져 있으며, 이 수소 원자들은 활발한 성격 탓에 이곳 저곳을 옮겨다니며 우리 몸의 모양을 만든다. 비가 오는 날 머리카락이 더욱 곱슬거리는 것처럼 말이다.

책은 우리 몸이 축축한 수소와 산소, 그리고 검댕과 먼지 몇 국자가 더해진 혼합물이라는 결론으로 다가간다. 생명이라 할 수 없는 원자들의 덩어리가, 어떻게 생명을 얻어 스스로 숨쉬고 생각하며 살아가게 된 것인가. 그는 이 질문에는 답을 내리지 않는다. "혼자서 매달리는 수밖에 없다"는 허무한 답변을 내놓는다. 가장 뛰어나다고 알려진 지성들도 이렇다 할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는 것이다.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기는 동안 우리는 원자를 따라 바람과 파도와 불과 숲을 지나 손톱에 이르게 될 것이다."라는 저자의 멋진 포부처럼, 독자는 재미있고 자연스럽게 원자와 분자 그리고 인간과 우주를 이해하게 될 것이다. '존재'라는 철학적 영역에 관한 궁금증이라는 멋진 선물도 받으면서 말이다.

◇원자, 인간을 완성하다=커트 스테이저 지음. 김학영 옮김. 반니 펴냄. 398쪽/ 1만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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