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봉작을 준비하던 신인 감독은 엄청난 압박감에 시달렸다. 하루 종일 촬영했지만 한 컷도 건지지 못하는 날이 많았다. 할리우드엔 이미 그가 망할 것이란 소문이 파다했다.
문제는 영화 주인공인 '상어'. 심혈을 기울여 만든 '상어 장치'가 오작동을 반복했고 바닷물에 불어 무섭기는커녕 거대한 마시멜로 같았다.
하지만 감독은 똑똑하게도 문제의 함정 빠지지 않았다. 대신 아예 생각을 뒤집어 상어가 나오지 않는 상어 영화를 만들었다. 그렇게 스티븐 스필버그는 주인공 상어가 단 몇 분 출연하고도 역대급 공포물이란 찬사를 받은 영화 '죠스'를 탄생시켰다. 문제에 빠져 정작 해결책은 찾지 못하는 '문제의 덫'에 걸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기계발 베스트셀러 작가인 데이비드 니븐은 하나의 사고 회로에만 머물러 있는 이들을 위한 '사고 전환법'을 찾았다. 그의 저서 '나는 왜 똑같은 생각만 할까'에서 구체적인 사례들과 함께 그 방법을 소개했다.
저자는 스필버그 처럼 '문제를 밀쳐 버리는 것'에 이어 '노력하지 말 것'이란 다소 파격적인 주문을 한다. 1940년대 미국의 한 삼림소방대 일화를 들었다. 덮쳐오는 화마에 대장은 대원들에게 일부러 주위에 작은 불을 낼 것을 명령했다.
더 이상 태울 게 없도록 미리 빈 터를 만들어 그 속에 피신하자는 제안이었다. 그러나 공포에 사로잡힌 대원들은 전력을 다해 산 아래로만 내달렸고 결국 대원 15명 중 2명만이 살아남았다.
데이비드 니븐은 잘못된 해결책 중 으뜸이 바로 '노력'이라 지적했다. 불과의 싸움에서 패배하기를 원치 않았던 대원들은 무작정 불보다 앞서기 위해 온 힘을 짜내다 목숨을 잃은 것이다. 니븐은 실패 가능성이 높은 방법을 고집한 채로는 아무리 죽을 힘을 다해도 불길이 잦아들진 않는 법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한 눈을 팔라'는 조언도. 노벨 화학상에 이어 노벨 평화상까지 수상한 라이너스 폴링은 '내려 놓아' 성공했다고 한다. 폴링은 문제를 꽉 붙드는 실험실, 강의실, 도서관이 아닌 문제를 완전히 놓아버리는 침대에서 비로소 복잡한 문제에 대한 답을 찾았다.
최선의 답은 이처럼 때론 문제를 내려놓고, 시간과 장소를 변화 시키고, 맥락을 바꿀 때 발견된다. 그래서 유명한 경영인 피터 드러커도 기업 경영을 잘하려면 바이올린을 배우라는 조언을 남겼다.
◇나는 왜 똑같은 생각만 할까=데이비드 니븐 지음.전미영 옮김.부키 펴냄.288쪽/1만3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