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스러워서 더 좋다!"…전라도 '아짐'과 '할매'의 손맛과 인정

박다해 기자
2016.09.03 03:24

[따끈따끈 새책] 황풍년 '전라도, 촌스러움의 미학'

구수한 사투리와 푸짐한 맛, 정겨운 '할매'의 인사와 수려한 자연경관이 공존하는 곳, 바로 전라도다. 생면부지의 낯선 이들에게도 따뜻한 인사말을 건네고 손맛이 담뿍 담긴 음식을 건네는 정이 남아있는 곳이다.

월간 '전라도닷컴'의 발행인이자 편집장 황풍년씨가 전라도의 곳곳을 밟고 샅샅이 헤집고 다닌 기록을 담아냈다. '전라도, 촌스러움의 미학'이다.

저자는 고흥의 오일장, 강진과 영광, 화순의 산골마을, 보성 벌교의 뻘, 진도와 우도 등 남해 섬의 모습을 맛깔난 글로 풀어냈다. 전라도의 산, 들, 강, 바다, 갯벌, 돌담길, 오일장, 마을 사람들의 풍경은 생생한 사진으로 담았다.

"전라도는 촌스럽다"는 편견에 저자는 "촌스러운 것이 뭐 어떤가?"라며 되려 반문한다. 그리고 '촌스러움'의 의미를 재정의한다.

"촌스러운 삶은 정직하고 성실하고 아름답다. 내남없이 한데 어울려 구김 없이 쾌활하고 세상의 모든 생명에 따뜻한 연민을 품는다. (중략) 허장성세 따위로 현혹하지 않고 알토란 같은 속내만을 드러낼 줄 아는 담박한 성정이다."

그의 말대로라면 '촌스러워지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전라도의 구석구석, 넉넉한 인심과 따스한 인정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것은 바로 이 '촌스러움'의 미학 때문이다.

책은 '전라도의 힘·맛·맘·멋'을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여행기면서 삶을 담아낸 수필이고 동시에 전라도 사람들의 생활상을 고스란히 담은 생활문화사(史) 책이다.

특히 전라도의 '맛'과 '말'을 그려낸 부분에선 속도를 늦추고 천천히 음미해볼 것을 권한다.

갯벌에서 갓 채취해 그대로 먹어도 탈이 없다는 싱싱한 생굴, 생김으로 만들어 산지에서 부쳐 먹어야 제맛이나는 김전, 수십 가지 요리로 변신하는 바지락, 봄날의 축복인 쑥버무리와 쑥개떡, 동네 '아짐'들이 마을회관에 모여 함께 만드는 오이냉국 등을 설명한 부분에선 절로 입안에 군침이 고인다.

'워넌히', '가풋해', '낫낫한', '뽈깡', '뽀짝', '그라제', '솔찬허시', '허벌나다', '암시랑토 안혀'…낯선 전라도말은 읊조릴수록 왠지 모르게 정이 묻어난다.

저자는 땅과 바다를 터전으로 소박한 삶을 일구어온 사람들의 생활을 들여다보고 전라도인들만의 정서와 문화를 담아냈다. 전라도 오일장 일정을 첨부해 전라도를 여행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팁'을 건넨다. 오는 가을엔 호남선 기차나 고속버스를 타고 전라도 오일장을 찾아도 좋을 것 같다.

◇ 전라도, 촌스러움의 미학=황풍년 지음. 행성B잎새펴냄. 348쪽/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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