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증적 방어'가 만들어 낸, 우울증에 빠진 사회

김유진 기자
2016.09.03 03:26

[따끈따끈 새책] 가타다 다마미의 '배부른 나라의 우울한 사람들'…"열심히 노력해도 행복하지 않은 사람을 위한 심리학"

"꿈은 이루어진다." "나의 삶은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다." "포기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이뤄진다."

이미 사회는 고도성장 시대를 지나 내리막길로 접어들었지만, 아직도 자아실현 맹신과 학력신화가 유령처럼 배회하며 우리의 영혼을 갉아먹는다. 바르지 못한 믿음은 좌절이라는 결과를 낳고, 이미 변해버린 세상 속에서 대다수가 되어버린 이 실패자들이 스스로 '낙오자'라고 생각하게 만든다.

그러나 사실 그러한 믿음은 20세기 산업시대에나 통하던 것이었고, 시대는 변했다. 이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이렇게 되고 싶다"는 환상과 "이것밖에 되지 않는다"는 현실에서 우울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에 맞는 새로운 잠언이 필요한 시기가 온 것이다.

새책 '배부른 나라의 우울한 사람들'은 '열심히 노력해도 행복하지 않은 당신을 위한 심리학'이라는 부제가 붙은 책이다. 저자 가타다 다마미는 우울이 더 이상 일부의 병적인 감정이 아니라, 현대사회를 사는 우리 모두가 조금씩은 앓고 있는 감정이라고 진단한다. 그리고 그 해결책으로 '조증적 방어(사기 진작을 통해 현실을 외면하는 것)'가 아닌, 현실직시를 제시한다.

사람들이 우울하다고 말하는 것은 자신의 몸과 마음이 한계에 다다랐다고 외치는 SOS라는 것. 우리가 살고 있는 우울 시대는 우울증에 걸리지 않는 사람이 오히려 드물고, 특히 남의 탓을 하는 '타책 경향'이 짙은 우울증 환자가 늘어났다고 말한다. 일본인인 저자는 일본의 경우 과거 산업혁명 시대의 폐결핵에 버금가는 질병이 정신질환이라고까지 진단한다.

그렇다면 이 우울한 사회를 어떻게 우울증으로부터 벗어나게 할 수 있을까. 저자는 절대 '약'이 아니라고 강력하게 주장한다. 제약회사와 의사들의 담합 결과 약으로 증상을 누르는 것이 가능해지면서, 사람들이 항우울제에 의존하게 됐다는 것이다. '약이 받으니 병이 있구나'라는 귀납적 추론이 횡횡할 정도.

그러나 우리 시대의 우울증의 원인을 명확히 인지하고, 그동안 갖고 살던 헛된 신념을 버리는 것만으로도 우울감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좋은 학교를 나왔다고 좋은 삶을 사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 우리 사회가 쇠퇴기에 접어들었다는 사실, 나만 실패하고 우울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 바른 현실직시를 통해 바른 정신 회복하기, 이 책이 말하는 '현실 심리학'이다.

◇배부른 나라의 우울한 사람들=가타다 다마미 지음. 전경아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216쪽/1만3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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