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렬한 흑백 그림으로 만나는 모파상의 세계

김지훈 기자
2016.09.10 03:12

[따끈따끈 새책] 모파상의 전쟁 이야기…그래픽 노블로 표현한 파리의 참상

"1870년, 프로이센군의 포위 공격을 받은 프랑스 파리 시민은 굶주리며 힘겹게 살고 있었다." '모파상의 전쟁 이야기'의 첫 이야기인 '두 친구'는 이와 같은 구절로 시작한다. 유명 그래픽 노블 작가인 디노 바탈리아가 기 드 모파상의 단편소설들을 각색해 만든 책이다.

'두 친구'는 파리의 시계상 모리소와 낚시터에서 알게 된 친구 소바주가 프랑스군 초소를 건너 낚시를 하다 참변을 당하는 이야기다. 몇 달 전부터 파리 주변에서 노략질과 학살을 일삼은 프로이센군들을 만날 수도 있을 터였다. 하지만 모리소와 소바주 '두 친구'는 '조심하면' 될 것이란 안이한 생각에 빠진다. 결국 프로이센군이 있는 곳 인근에서 낚시를 하다가 발각당한다.

'두 친구'를 만난 프로이센군인이 유창한 프랑스어로 말한다.

"당신들은 총살될 거요. 안된 일이지만 뭐… 전쟁이 원래 그런 거잖소." 이 군인은 눌러 쓴 군모의 그림자가 얼굴을 가려 눈동자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감정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두 친구'의 이야기는 분량상 여기서부터 절반 이상을 할애한다. 프로이센군에게 발각당한 모리소와 소바주가 어떤 운명을 맞을지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구성이다. 프로이센군으로부터 회유를 받는 과정도 나온다. 하지만 이들은 끝내 총살 당한다. 군모를 눌러 쓴 군인은 모리소와 소바주의 처형을 마치고 나서 물가에 앉아 담배를 피우며 이야기가 끝난다. 반전 없는 이야기다.

책은 보불전쟁에서 패하고 파리 코뮌마저 실패로 돌아간 시대가 배경이다. 좀처럼 희망을 찾기 힘든 시대에서 살아가는 프랑스 민중의 현실을 보여준다. 두 친구처럼 허망하게 목숨을 잃은 이들도, 이기적인 부르주아도 있다. 교활한 농부, 난폭한 병사들의 모습도 나온다.

바탈리아는 모파상의 이야기에 강렬한 인상을 더한다. 리얼리즘의 거장 모파상이 파리의 사람들 마음 깊은 곳에 숨어 있는 욕망과 사악함, 격정을 묘사했다. 바탈리아는 이런 모파상의 세계 속 사람과 사물을 유려한 필치로 묘사했다. 빛과 어둠이 대립하는 흑백 화면은 긴장감으로 가득차 있다. 이야기는 언제라도 돌변할 수 있는 인간 운명을 다룬다. 희극처럼도 비극처럼도 읽히는 삶이다.

◇그래픽 노블로 읽는 모파상의 전쟁 이야기=기 드 모파상 원작. 디노 바탈리아 각색·그림. 최정수 옮김. 이숲 펴냄. 216쪽/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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