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다 망하는 '똑똑한 바보들'의 공통점

김고금평 기자
2016.09.10 03:10

[따끈따끈 새책] '사일로 이펙트'…잇따른 점을 선으로 연결하지 못하는 이들의 몰락

#1. ‘워크맨’ 등의 혁신적 제품으로 세계 전자제품 시장을 이끌던 소니가 몰락의 길로 접어든 것은 무엇 때문이었을까. 기술? 능력? 자본? 문제는 폐쇄성이다. 그들에게 다가온 위기와 혁신의 기회들을 발견하지 못해 가장 창의적인 기업에서 가장 폐쇄적인 집단으로 내몰린 것이다.

#2. 미국 9.11테러가 발생한 지 1년이 지나 내놓은 보고서는 방대했다. 567쪽의 보고서에는 250만 쪽의 관련 서류, 1200명의 인터뷰, 19일간의 청문회 기록이 들어있었다. 보고서의 결론은 이랬다. 점을 선으로 잇지 못하는 국가 시스템이 원인이라는 것이다. 테러를 예고한 조각조각들의 정보를 연결하지 못했고 관련 부처간의 칸막이를 깨지 못해 발생한 참사라는 설명이다.

두 사례의 공통 키워드는 ‘사일로’(silo)다. 흔히 경영학 용어로 부서 이기주의를 뜻한다. 사일로에 갇힌 이들은 무엇이 문제인지 파악하지 못하고 버젓이 드러난 문제 또한 문제로 인식하지 못한다.

스위스에서 가장 보수적이고 안정적인 금융기업으로 알려진 UBS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 속수무책으로 당한 일이나, 사고를 넘어 사건으로 비화된 세월호 참사 역시 사일로에 갇힌 전형적 사례다.

이 책은 사일로에 관한 다양한 사례와 원인, 해결책을 제시한다. 사일로에 갇히느냐 넘어서느냐가 현대 기업과 정부의 운명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게 저자의 전언이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뒤 우리 정부의 방식은 철저히 ‘사일로 안정주의’였다. 대책본부가 10개나 생기고, 컨트롤타워까지 만들어졌지만 소속 공무원은 자기 부처 보스만을 위해 일했고, 보스들은 칸막이를 설치해 따로 놀기 바빴다. 점을 선으로 연결하지 못해 발생한 참사가 세월호의 본질이었던 셈.

스티브 잡스가 스탠포드 졸업식 축사로 던진 말은 유명하다. ‘다양한 점을 이어라’(Connecting the dots). 그 점으로 시작된 선의 작업은 기업뿐 아니라 정부, 금융위기, 세월호 등 조직에서부터 사고까지 망라한다.

소니는 사일로에 갇혔지만 뉴욕 시청과 시카고 경찰국은 사일로를 넘어섰다. 이 두 관료조직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되레 관료제의 사각지대를 점검하고 시민의 안전과 삶을 증진했다.

사일로를 통제하고 활용한 대표적 사례는 페이스북이다. 페이스북은 전문가 집단의 함정에서 벗어나기 위해 끊임없이 사회공학 실험을 거듭했다. 직원은 조직의 문제를 더 큰 그림에서 고민하고 해결하는 능력과 경험을 축적했다.

사일로를 탈피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경계를 뛰어넘어 외부인의 시각을 지닌 내부인이 되는 것이다. 여기엔 그럴듯한 시간적 여유도 동반돼야 한다. 전문화와 집중화가 현대사회의 바람직한 승부수로 여겨지는 환경에서, 페이스북의 마이클 슈로퍼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이렇게 말했다. “제도 속에서 좀 느긋해져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효과가 없습니다. 그런 면에선 낭비라고 해도 되겠네요.”

한계를 두지 않는 여유 있는 ‘사일로 혁신가’가 될 것인지, 독야청청 ‘내 것’을 지키는 ‘똑똑한 바보’가 될 것인지 선택은 여러분의 몫이다.

◇사일로 이펙트=질리언 테트 지음. 신예경 옮김. 어크로스 펴냄. 384쪽/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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