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민생'의 의미를 찾아서

김지훈 기자
2016.09.11 07:33

[따끈따끈 새책] 입에 풀칠도 못하게 하는 이들에게 고함…'정치 과잉' 시대 상생의 길 모색

“가난이 극한에 이르면 사람들은 스스로 비굴해지고 다른 이에게 멸시를 받게 된다오.”

법인 스님(참여연대 공동대표)이 신간 ‘입에 풀칠도 못 하게 하는 이들에게 고함’ 서문에서 소개한 석가모니 붓다의 발언이다. 붓다가 살던 시절은 불평등한 신분 차별인 카스트 제도가 공고히 자리 잡던 시절이다. 신분에 따라 인간에 대한 차별이나 멸시가 내면화한 시대였다.

참여연대는 이 같은 붓다의 번민이 우리의 시대상과도 무관치 않다고 봤다. 단체가 김동춘, 김찬호, 정태인, 조국, 손아람 등 인문사회계 지성이나 현장의 민생운동가들과 대담을 나눈 배경이다. 이들 다섯 명은 인터뷰와 기고 등을 통해 개인과 사회가 성찰하고 합의하면서 상생하는 길을 모색했다.

저자들은 ‘정치 과잉’의 시대에 민생의 가치를 저마다 헤아렸다. 정치권에서 민생이라는 말을 ‘아예 입에 달고 다니지만’, 그 말이 지닌 진짜 의미와 가치를 찾아보는 데서 찾아보는 문제의식도 담았다.

민생이라는 말을 전혀 다르게 이해하는 양 진영도 조명된다. 한쪽에서는 노동자가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고, ‘을’이 되어 겪는 고통을 해결하고, 임차인들이 부당한 계약에 내쫓기지 않도록 경제적 약자를 지원하는 일을 떠올린다.

그러나 비정규직 규제를 풀어 단기 계약직을 늘리는 행위를 ‘민생 살리기’로 표현하는 쪽도 있다는 것이다. 저자들이 정부가 말하는 민생이 국민에게 ‘입에 풀칠은 하게 해주겠다’는 정도의 의미가 아닌지 의심한 배경이다. 인터뷰 뒤에는 ‘풍경’이라는 제목으로 '헬조선'의 상황을 묘사한 수필도 담겼다.

◇입에 풀칠도 못하게 하는 이들에게 고함=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기획. 김동춘, 김찬호, 조국, 정태인, 손아람 지음. 북콤마 펴냄. 348쪽/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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