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딸 아이가 있는 워킹맘이 모든 것을 다 버려두고 쿠바로 긴 여행을 떠났다. 많은 사람이 '현실'이라는 이름 앞에 내려놓은 꿈을 챙겨 떠난 이 엄마는, 막연한 로망이었던 여행지에서 과연 무엇을 얻어왔을까.
광고홍보 에이전트 출신 손경수씨가 쓴 책 '그레이트 쿠바'(Great Cuba)는 그의 여정을 시작부터 끝까지 담은, 일기 같은 기록이다. 환전소에서 200달러를 뜯기는 경험으로 시작한 만만치 않은 이 여행은, 친절한 쿠바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점차 그 색채가 변해간다.
공산주의 혁명이 이룬 위대한 업적이 빛바랜 잿빛의 도시. 의사부터 청소부까지 모두가 같은 월급을 받는 이 국가의 젊은이들은 이제 아메리칸 드림을 꿈꾼다. 올드카가 골목을 돌아다니고, 강렬한 색채로 그려진 거리 예술가의 그림을 곳곳에서 만나볼 수 있는 곳. 책을 통해 그려지는 쿠바의 모습이다.
그러면서도 저자는 동시에 사진을 찍히자마자 돈을 요구하는 어린이, 아무 안내 없이 운행 일정을 취소하는 버스 회사 등 불편하고 불친절한 쿠바의 모습을 책 속에 담는다. 외국인을 대하는 쿠바라는 지역의 맨 얼굴을 대면하면서 느낀 감정을 그대로 토로한다. 환상이 벗겨진 여행지에서의 생활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사투가 그려진다.
체 게바라, 모히또, 시가,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카리브해, 뜨거운 태양, 말레꼰 그리고 혁명. 쿠바를 설명하는 이 숱한 단어들이 쿠바에 도착하기 전 가진 환상이었다면, 여행은 여기에 자신만의 쿠바를 설명할 단어를 추가할 것을 요구한다.
저자는 자신의 환상과는 조금 다른, 쿠바의 민낯을 마주하며 "쿠바에 대한 애증이 생겼다"고 말한다. 그리고 "쿠바에 안 가 본 사람은 있을 수 있지만, 한 번만 가 본 사람은 있을 수 없다!"고 단언한다.
◇그레이트 쿠바=손경수 지음. 쇤하이트 펴냄. 376쪽/1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