랩의 시초는 레게? 탱고는 아르헨티나의 것이 아니다?

김고금평 기자
2016.09.20 03:16

[따끈따끈 새책] '라틴음악기행'…레게·보사노바·삼바·살사 등 다양한 리듬으로 만나는 중남미

라틴아메리카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수많은 리듬으로 점철된 음악이다. 아무리 느린 노래라도 들썩거리게 하는 이 오묘한 리듬은 음악 선진국들이 일찌감치 눈독을 들여 차용하기도 하고, 피지배 역사에서 자신들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도구가 되기도 했다.

이제는 세계적 장르로 우뚝 선 보사노바를 비롯해 레게, 메렝게, 탱고, 삼바, 살사 등이 모두 라틴의 삶에서 만들어진 유산이다.

모두 비슷해 보이지만, 식민화한 나라에 따라 장르가 다르게 발전한 것도 라틴 음악의 특징 중 하나. 이를테면 쿠바나 푸에르토리코 등 스페인이 지배한 나라에선 강한 리듬을 자랑하는 연주 음악이 발달한 반면, 영국의 식민지였던 자메이카에선 요란한 타악기 반주는 눈에 띄지 않는다. 타악기 연주가 반란의 기운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에 영국이 금지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스페인에 비해 더 단순한 리듬을 띤 영국의 영향을 받은 자메이카는 대신 여유롭게 반복되는 리듬과 가사에 충실한 음악을 탄생시켰다. 그것이 자메이카의 전통음악인 ‘멘토’이고, 1950년대 이후 ‘스카’로 발전한 뒤 60년대 ‘레게’로 ‘정착’했다.

특이한 것은 이 레게가 오늘날 랩과 힙합의 시초로 ‘평가’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파티가 벌어지는 날이면 돈이 많이 드는 악단 대신 디스크자키가 간단한 사운드 시스템을 들고 다니며 LP 판이나 테이프를 틀어댔다. 디스크자키들은 음악만 트는 게 아니라, 음향을 짜깁기해 새로운 사운드를 창출하기도 했다. 바로 ‘덥’(dub)이라는 리믹스 편집이다. 디스크자키들은 또 레게 리듬 위에서 리듬감 있는 코멘트, 즉 ‘토스팅’(toasting)을 했는데, 이것이 랩의 단초가 됐고 이후 힙합 음악에 큰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탱고가 아르헨티나의 것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을 향해 반기를 드는 쪽은 우루과이다. 탱고는 흔히 19세기 말 아르헨티나 보카 항구의 선술집에서 이민자들의 춤에서 비롯됐다고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우루과이는 국민음악 중 하나인 가우초(목축지대인 팜파스의 주민)의 음악인 ‘밀롱가’가 남녀가 서로 손을 잡고 추는 춤의 형태나 빠른 박자 등의 유사성에서 탱고의 유래를 찾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책은 그간 몰랐던, 또는 설마 했던 라틴 음악의 속살을 꺼내 다시 공론의 장에 세운다. 20세기 쿠바음악의 3요소 같은 라틴 음악 힘의 원천부터 ‘미국은 가라, 우리의 조국은 라틴아메리카다’ 등 자주 국가의 정체성에 대한 문제까지 골고루 짚는다.

저자가 보는 라틴 음악의 가장 큰 특징은 그것이 전문 음악인의 전유물이 아니라, 일반인의 삶의 노래라는 것이다. 저자는 “이 땅에서 내가 감동 받고 영감 받은 것은 음악을 진심으로 좋아하고 즐기는 사람들에게서였다”고 했다.

◇라틴음악기행=장혜영 지음. 천의무봉 펴냄. 460쪽/1만8900원.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