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cm 두께의 거품층이 가지런히 잔 위에 얹힌, 반투명한 황금빛의 음료. 차가운 잔을 좋은 사람들과 '짠' 하고 부딪힌 뒤 꿀꺽꿀꺽 들이키면 세상 모든 시름이 날아가는 마법의 액체. 크게는 라거와 에일, 람빅으로 분류되며 같은 분류 안에서도 향과 맛의 깊이가 달라지기에 음미하는 재미가 있는 술.
맥주 마니아라면 누구나 끌릴 만화책이 출간됐다. 제목은 '만화로 보는 맥주의 역사 BEER'다. '농업의 탄생에서 크래프트 맥주의 혁명까지, 세상 모든 사람이 즐기는 맥주의 모든 것'이라는 부제로 이 책은 예비(어쩌면 이미) 알콜중독자들을 유혹한다.
저자들은 왜, 어떻게 '맥주 때문에 농업이 탄생했다'고 주장할까. "인간은 자신들의 노동력으로 땅에서 곡물을 얻기 한참 전에도 이미 많은 곡물을 먹고 있었다. 가정해보면, 이들은 빵이 아니라 곡물을 물에 담가 부드럽게 만든 죽 형태로 먹었을 텐데 보관 과정에서 효모가 들어가고 발효돼 알코올이 생기는 마법이 일어났을 것이다."
일단 맥주의 맛을 본 인간들은 더 많은 맥주를 원하기 시작했고, 맥주를 만들어내기 위해 힘들여 농업을 발생시켰다는 것이다. "에이, 설마?"라는 의문이 절로 드는 이 주장들은 묘하게 설득력이 있다. 저자들은 "허리가 휘게 하는 농사일을 굳이 왜 해야 했을까. 아마도 맛있고, 신비롭고, 집단생활에 중요한 음료가 있었기 때문에 그 고생을 감수하지 않았을까?"라며 뻔뻔하게 주장을 이어나간다.
맥주의 기원을 넘어가면 이 책은 맥주를 어떻게 만드는지, 왜 만인의 술이었던 맥주가 와인에 비해 천대받는 서민의 술이 됐는지, 필스너나 버드와이저 등 지금은 누구나 그 이름을 아는 해외 맥주들이 처음에는 얼마나 맛없는 술이었는지 등 맥주에 얽힌 재미난 사연들을 소개한다. 그 맛 때문에 국가 간 전쟁과 민란, 종교분쟁까지 일어나는 이 책을 읽다 보면 이 엄청난 음료를 당장 한 모금 마셔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만화로 보는 맥주의 역사 BEER=조너선 헤네시, 마이클 스미스 지음. 서연 옮김. 계단 펴냄. 173쪽/1만6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