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제아무리 길게 늘어놓아도 한마디로 설명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하면 할수록 더 꼬이고 요약이 안 되는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답은 멀리 있지 않다. 언제부터인가 잃어버린 우리말 속담. 해답은 거기에 있다.
믿었던 친구가 어느 날, 어떤 문제로 무엇을 해결해 줄 것으로 기대했는데, 무슨 문제로 해결은커녕 잠적한 상황을 늘어놓아 봐야 가슴만 답답할 뿐이다. 이때 가장 효과적인 속담 하나가 문제를 정리할 뿐만 아니라, 다른 비슷한 상황에서도 유효한 문장으로 각인된다.
위 사례에 적절한 속담은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다. 속담을 쓰면 쓰는 이의 논리 연결성에 신뢰가 생기고, 풍부한 수사학적 지식에 놀라게 된다.
언제부터인가 잃어버린 우리말 속담을 하나둘씩 찾아 사전식으로 집대성한 결과물 ‘우리말 절대지식:천만년을 버텨갈 우리 속담의 품격’이 나왔다. 제목처럼 속담에 관한 한 모든 ‘지식’이 ‘절대적’으로 들어있을 만큼 자료가 세밀하고 풍부하다.
저자는 10년간 전국을 떠돌아다니며 연세 지긋한 어르신과의 대화, 숲과 들, 인터넷과 다큐멘터리 등을 통해 수집하고 입력하는 과정으로 속담을 모았다. 그렇게 모은 속담 3091개, 속담 속 어려운 용어를 쉽게 설명하는 사진 302장이 600쪽 분량의 책으로 탄생한 것이다.
책에선 단순히 속담과 그 뜻풀이에 집중하지 않는다. 속담을 사전처럼 제시어로 놓고, 이를 한자어로 ‘요약’한 뒤 다양한 유사속담을 병기하고 속담의 의미나 어원을 상세하게 기술한다. 과거 속담을 지금 젊은이들이 잘 모르는 현실을 반영해, 현대에 자주 쓰는 ‘젊은 언어’로 ‘현대 속담’을 재구성하기도 한다.
가령 ‘강 건너 불구경’이라는 속담은 사자성어 ‘수수방관’으로 표기되고, ‘내 알바 아니면 내 알 바 아니다’는 현대 속담으로 재연결된다. ‘대표속담-한자성어-반대속담-현대속담-유사속담’ 등 속담의 모든 것이 투영된 이 책은 그래서 단순한 ‘사전’이 아닌 인문교양서로 읽힐 법하다.
‘믿는 도끼…’ 속담 얘기로 다시 돌아가면, 이 속담의 반대 속담은 ‘개도 주인을 알아본다’이고, 유사 현대속담으로 ‘헌신하니 헌신짝 됐다’ ‘개처럼 일해주니 개처럼 취급받는다’ ‘남편도 남 편’ 등이 있다. 더 부차적인 설명으로 ‘블랙 스완’이라는 용어까지 첨부한다. 호주 남부에서 ‘검은 백조’가 발견되면서 수천 년의 통념이 깨진 상황을 상세하게 빗대 설명하고 있는 식이다.
예전 속담을 현대 속담으로 바꾼 ‘해학’의 용례를 더 살펴보면, ‘갈치가 갈치 꼬리 문다’는 ‘여자의 적은 여자’,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는 ‘벤치에서 우느니 벤츠에서 울어라’, ‘거지가 도승지 불쌍타 한다’는 ‘백수가 친구 야근 걱정’,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는 ‘샌드위치 신세’ 등이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시대에 속담은 또 다른 우리말 표현의 질과 수준을 담보하는 기준이 될지 모르겠다. 그만큼 속담은 저자의 표현처럼 ‘한 문장의 우화’이기도 하고 삶과 지혜가 압축된 농익은 경구로 읽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지난 100년 사이 일제의 치밀한 문화말살 정책과 한국전쟁, 서구와의 문화 충돌로 속담에 담긴 우리 문화가 부서지고 희미해졌다”며 “속담이 화석으로 변해가는 시대에, 그 가치와 진정성을 제대로 알리고 싶어 무식하고 용감하게 도전했다”고 말했다.
◇우리말 절대지식=김승용 지음. 동아시아 펴냄. 600쪽/2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