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는 올해 초부터 만 19~24세 청년을 대상으로 일자리 유무와 소득, 자산에 상관없이 일정 수준의 금액을 지원하는 청년배당 정책을 실시했다. 최근 스위스, 핀란드, 네덜란드 등 유럽을 중심으로 제기되는 '기본소득' 개념을 부분적으로 도입한 정책이다.
기본소득은 국가가 모든 개개인에게 조건없이 지급하는 소득을 말한다. 대규모 실업이나 사회경제적 불평등 문제를 완화하고 소득 재분배를 하는 대안으로 등장했다.
국내 정치권에서도 점차 논의가 활발해지는 추세다. 지난 4·13 총선에서는 녹색당과 노동당은 기본소득 실시를 공약으로 내걸었고 충청남도는 내년부터 '농촌판 기본소득'인 농업 보조금 도입을 검토 중이다.
책 '기본소득이란 무엇인가'는 오랜 기간 기본소득 정책을 연구해 온 다니엘 라벤토스 바르셀로나대학교 경제학과 교수가 개념부터 구체적인 실현방법까지 정리한 책이다. 그는 '기본소득스페인네트워크'의 대표기도 하다.
저자는 기본소득이 '좌파의 복지정책'으로 꼽히는 것에 제동을 건다. 대신 공화주의와 자유주의라는 보수적 전통에서 비롯된 정책이라고 말한다. 기본소득을 통해 빈곤을 없애고 최소한의 생계를 보장받는 것이 오히려 개개인이 경제적 주체로서 자유를 얻는 길이라는 설명이다.
기존의 복지정책과 기본소득의 차이점도 짚는다. 선별적으로 대상을 선정, 보조금 등을 지급하는 복지정책은 빈곤을 증명해야 한다. 이러한 자산조사는 수급자를 선별하기 위해 행정적인 비용이 투입될 뿐만 아니라 정책 대상자에게 모욕감을 주기도 한다.
저자는 또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을 벌면 복지급여를 받지 못하기 때문에 노동 의욕이 떨어지는 복지정책과 달리 기본소득은 기존 소득에 계속 누적되기 때문에 노동 의욕을 저하시키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책은 단순히 기본소득의 개념과 이론을 살펴보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실제로 실현 가능한 방안을 제시한다. 저자는 11만 474선의 실제 세금 신고 자료를 표본으로 시뮬레이션 연구 결과 자료를 소개한다. 모든 성인에게 연간 5414유로를 지급하는 방안부터 각각 2707유로, 2132유로를 지급하는 계획까지 구체적인 수치를 통해 가능한 시나리오를 알아본다.
역자로 참여한 이재명 성남시장과 이한주 가천대 교수는 "기본소득은 공짜나 시혜 차원이 아니라 세금을 낸 국민이 기본권과 생존권을 보장받기 위해 '자신의 몫'을 받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는 이제 막 첫 발걸음을 내딛었다. 여전히 개념도 방법론도 낯설다.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가 어떻게 흘러가야 하는지, 왜 기본소득이 대안으로 떠올랐는지 궁금하다면 이 책은 입문서이자 고전으로 보기에 손색없다. 저자는 비판과 반론까지 꼼꼼히 정리했다.
◇ 기본소득이란 무엇인가=다니엘 라벤토스 지음. 이한주·이재명 옮김. 책담 펴냄. 280쪽/1만 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