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소가 되면 '인간의 고통'으로부터 자유로워질까

박다해 기자
2017.01.28 14:06

[따끈따끈 새책] 토머스 트웨이츠 '염소가 된 인간'

인간이 염소가 됐다. 영국 디자이너 토머스 트웨이츠다. 그는 근심, 걱정, 후회, 스트레스 등 인간의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고자 직접 염소의 삶에 뛰어들었다. 염소의 신체를 갖추고 그들처럼 '4족보행'을 하며 알프스 산맥을 건너는 프로젝트를 펼친다. 이른바 '염소인간'(GoatMan) 프로젝트다.

시작은 사소했다. 슬럼프에 빠진 시기 문득 떠오른 생각에서 비롯됐다. "인간이 아닌 다른 동물이 되어보는 건 어떨까?"하는 질문이다.

황당무계한 계획은 런던의 한 생명과학연구소가 지원금을 제공하기로 결정하면서 현실화된다. 그는 염소의 영혼을 알기 위해 덴마크 주술사를 만나고 동물행동학자와 신경과학자 등을 만나 염소의 마음과 몸을 탐구한다. 수의사와 의수족 제작자 등을 만나선 인공 다리와 흉부 보호대 등을 제작, 염소의 골격을 갖춘다. 그리고 알프스 산맥에서 풀을 뜯는 염소 떼의 삶에 뛰어든다. 목표는 네발로 기어 알프스 산을 넘는 것이다.

책 '염소가 된 인간'은 "인간은 존재론적 고통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가능한가"란 질문에 대해 직접 몸으로 부딪쳐 실험한 보고서다. 염소의 삶에 깊게 들어가려는 노력은 거꾸로 인간의 조건과 존재 의의를 되묻는다.

"나는 어쩌면 750미터 동안은 진짜 염소들과 간신히 엇비슷했다. 아니 1킬로미터라고 해두자. 썩 훌륭하진 않았지만, 빠르게 총총거리며 움직이는 흥분한 염소들 틈에서 1킬로미터를 한 팔로 푸시업 하며 전진해 보지 않았다면, 그렇다면 친애하는 독자들이여, 난 여러분들이 나를 비난할 입장은 못 된다고 생각한다."

"나는 잠시 무리의 일원이 되어 이동하고 있다는 데 환희를 느꼈지만 그 순간은 너무도 빨리 지나가버렸다. 주위에서 염소를 한 마리도 볼 수 없게 되자 나는 대단히 염소같지 않은 짓을 했다. 바위에 자리를 잡고 앉아 이 상황에 대한 사색에 들어간 것이다. 달리 방법이 없는 것은 분명했다."

그의 노력은 치열하고, 제법 진지하다. 그럼에도 '동족의 고기'를 마음껏 즐기는 천연덕스러운 경험 기술이 웃음을 자아내는 것까지 막지는 못한다. 그는 완전한 염소가 되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근심, 걱정, 후회 등이 자연에서 멀어진 도시인들의 병폐라는 사실을 알게된다. 단순한 삶을 따를 수록 자유로운 존재로 살아갈 수 있다는 점도 깨닫는다.

엉뚱하지만 치열한 그의 발걸음을 함께 쫓으며 알프스 산맥을 건너다보면 인간 세계의 복잡다단함에서 탈출하고 싶다는 생각이 자연스레 들지도 모른다. 그는 지난해 기발하고 독특한 연구성과를 이뤄낸 자들에게 수상하는 이그노벨상 생물학상을 거머쥐었다.

◇염소가 된 인간=토머스 트웨이츠 지음. 황성원 옮김. 책세상 펴냄. 312쪽/1만4800원.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