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인구가 1000만 명을 넘었지만 인간과 동물의 관계는 여전히 질문투성이다. 동물에 대한 사랑과 존중이 인류애의 연장선에 있다면, 과연 동물애(動物愛)는 어느 수준까지 발휘되어야 할까.
저자인 철학자 레이먼드 게이타는 유고슬라비아 출신 이주 노동자 부모님 밑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가정 불화와 낯선 외국 생활 속에서 외로움과 불안을 느꼈다. 그때 그를 위로해 준 것은 '올로프'라는 개였다.
저자는 인간이 우정과 위안을 얻기 위해 동물을 필요로 한다고 말한다. "우리는 모두 죽을 때 자신을 위해 울어줄 누군가를 필요로 한다. 우리의 필요를 겸허하게 인정하는 것은 인간과 동물 모두에 대한 어리석은 우월감을 방지하는 최고의 보호 수단이다."
이 책은 저자의 자전적 체험에 비트겐슈타인, 조지 오웰, 한나 아렌트 등 다양한 작가의 사유를 접목시킨다. 인간과 동물의 관계는 사회적으로 약속되지 않았기 때문에 주관적인 경험에 의지할 수 밖에 없다. 철학은 이를 직관적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돕는다.
"…개로 존재한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지 따위도 저마다 신비롭지만, 내가 말하는 신비는 그런 것이 아니다. …부분적으로 그 경이로움은 너무나 다른 두 종(種)이 너무나 복잡한 상호작용을 한다는 점에 있다. 내가 감탄하는 부분은 어떻게 이런 관계가 형성되었는지가 아니라, 이런 관계에 있다는 사실 자체다"(92쪽)
◇철학자의 개=레이먼드 게이타 지음. 변진경 옮김. 돌베개 펴냄. 292쪽/1만4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