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가 결코 건드리지 못할 것이라고 여겼던 창조의 영역도 서서히 열리고 있다. 이미 이세돌과의 두 번째 대국에서 알파고가 보여준 제37수가 바둑의 정수에서 완전히 벗어난 아름답고도 창조적인 수였다. 그것으로 끝난 게 아니었다.
인공 지능 작곡가인 에미가 발표한 쇼팽풍 곡은 음악 전문가를 충격에 빠뜨렸고 기계학습을 통해 문학 창작에 도전하는 보트닉의 새 소설은 ‘해리 포터’ 팬들의 마음을 어느 정도 사로잡기 충분했다.
‘넥스트 렘브란트 프로젝트’의 초상화는 어떨까. 인공 지능 화가는 사소한 붓 자국의 비일관성을 지적받았을 뿐 렘브란트의 부활이라는 평가를 받는 데는 손색이 없었다.
기계는 더 이상 하향식 명령에 따르는 존재가 아니다. 그들은 기존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스스로 학습하고 발전해 나간다. 그리고 이미 다양한 분야에서 다분히 창조적인 능력을 발휘해왔다.
책은 이처럼 창조력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그 본질을 고찰하고 알고리즘의 작동 원리를 추적한다. 예술에 대한 우리의 감정 중 어느 정도가 우리의 뇌가 패턴과 구조에 반응한 결과인지, 또 수학, 미술, 음악, 문학이라는 다양한 예술 영역에서 ‘창조적’이라는 것의 진짜 의미는 무엇인지 그 답을 찾아간다.
현대 추상 회화의 시조라 불리는 독일의 화가 파울 클레는 “예술의 영역이란 보이는 것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만드는 일”이라고 말했다.
기계가 창조한 예술작품이 아무리 정교하다 해도 아직 인간의 창조력을 확장하는 도구에 불과할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언젠가 실제 의식을 가진 기계 문명을 만날 것이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그들의 의식이 우리의 것과 사뭇 다를 것이고 우리는 그들을 파악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여전히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창조력 코드=마커스 드 사토이 지음. 박유진 옮김. 북라이프 펴냄. 464쪽/2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