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의학은 늙음과 죽음을 치료해야 할 질병처럼 호도한다. 그래서 죽음은 늘 덜 준비돼 있다.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가 지켜보는 가운데 집에서 평온하게 눈감는 것을 최선으로 여기지만, 그런 행운은 극소수에게만 주어진다.
100년 전에 비해 인류의 평균 수명은 2배 가까이 늘었다. 인체 기능은 거의 그대로인데, 사용 기간만 비약적으로 늘어난 셈이다. 저자는 현대의학이 인간의 수명 연장과 삶의 질 향상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져 있다고 지적한다.
말기 질환에 시달리던 환자가 결국 병원에서 숨을 거두게 되는 경우 의료인은 남은 가족과 슬픔을 나누고 이들을 위로하는 것이 인도적일 것이다. 하지만 현대 의료 시스템에서 의료진은 환자의 삶의 질보다 보호자에게 질책을 피하기 위한 선택을 먼저 떠올릴 수밖에 없다.
이런 시스템 때문에 죽음은 자연스러운 과정이 아닌 인위적 면피 개념으로 정의된다. 밥을 잘 못 먹으면 억지로 영양을 공급하고 숨을 잘 쉬지 못하면 기도삽관을 하는 식이다. 인간 사망의 자연스러운 단계가 모두 처치 가능한 질환으로 탈바꿈한다.
저자는 “이러한 ‘죽음의 의료화’는 환자와 가족에게는 고통의 연장과 경제적 손실을, 국가적인 차원에서는 제한된 의료자원의 낭비를 안긴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지난 2009년 보라매병원 김 할머니의 ‘품위 있는 죽음을 선택할 권리’를 인정한 것을 계기로 한국에서도 웰다잉 논의가 시작됐고 2016년 연명의료결정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실효성은 미비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해까지 작성된 사전연명의료의향서 33만여 건 중 그에 따라 생을 마감한 사례는 725건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어떻게 살까 수없이 고민하는 이들도 죽음에 대한 생각은 미뤄두는 것이 현실이다. 한림대 류마티스내과 교수인 저자도 스스로 ‘죽음’에 대해 물으며 딸들에게 남기는 ‘엔딩 노트’에 이렇게 적어놓았다.
“집에서 죽을 수 있을 정도의 준비는 다 해뒀어. 아픈 건 싫으니까 진통제나 실컷 맞을 거야.” 좋은 삶과 좋은 죽음은 결코 다른 말이 아니다.
◇죽음을 배우는 시간=김현아 지음. 창비 펴냄. 344쪽/1만7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