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그렇게 아름다운 소리만 하지말고...

윤병훈 뉴미디어본부 전무
2021.05.28 13:53

<책을 짊어진 당나귀 히말라야를 걷다> 임대배

<책을 짊어진 당나귀 히말라야를 걷다> 임대배

'부처님 가운데 토막같이 가만히 있지만 말고 ...', '공자님 소리 작작하고...'. 이 땅의 헛똑똑이 남편들이 흔히 듣는 아내의 빈정거림이다. 속말은 이렇다. '대가리에 든 게 많으면 뭘해. 실천을 해야지.' <책을 짊어진 당나귀 히말라야를 걷다>의 저자 임대배는 아내로부터 '그렇게 아름다운 소리만 하지 말고 화장실 청소나 좀 하시라'라는 지청구를 듣는다.

제목은 책이 독자와 만나는 접점이다. 책의 내용과 이미지가 강한 '느낌'으로 다가가는 제목이 독자의 눈에 띄기 마련이다. 책을 짊어진(머리에 든 것은 많지만) 당나귀(실천은 못하는)는 늘어난 수명으로 새로 얻게 된 인생 2라운드에서도 늘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준비만 하고 있을 뿐인 저자 자신이다. 저자의 딸은 은퇴를 앞둔 아빠에게 '욕구에 충실하게, 가볍게 사세요.'라고 편지를 보낸다.

보통 여행기는 '시공을 넘나드는' 눈부신 상상력을 보여주지 못하면, 신변잡기 수준을 못 벗어나는 자기 위안적 소설로 흐르기 쉽다. <책을 짊어진 당나귀 히말라야를 걷다>는 이 같은 통상의 여행기와 결이 다르다. 저자가 걷는 행위를 통해 '삶을 축제로'생각하게 되는 과정은 잊고 살아왔던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세상을 찾는 과정이다.

이 책에는 또 다른 묘미가 장치되어 있다. 페이지마다 빠지지 않고 들어 있는 고전과 철학을 망라한 경구를 읽는 재미이다. 저자는 하고자 하는 말을 전달하는데 도움이 될 '기억할 만한 간결한 말'을 단락마다 배치하였다. "즐겁게 살지 못하면 지혜롭거나 바르게도 살 수 없다" 등의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인정받는 삶의 지혜에 대한 명구들을 상황에 맞추어 장치한 세심한 노력이 돋보인다.

역병으로 우리 스스로를 격리한 지 한 해하고도 반이 지났다. "두 발로 걸을 수 있다는 건 큰 축복이다. 걷는 것이야말로 '살아 있음'의 징표라고 생각한다. 할 수만 있다면, 나는 자신의 두 발로 혹은 아쉬운 대로 휠체어에 의지해서라도 이 아름다운 세상을 보고 느낄 수 있을 때까지만 살고 싶다. 그렇지 못한 삶은 살아도 사는 게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책의 말미에 이 말을 남긴 저자는 지금 어디를 걷고 있을지 궁금하다.

윤병훈 머니투데이 뉴미디어본부 전무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