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하는' 홍보와 '올바른' 홍보 사이에서

이시종 국립세계문자박물관 홍보디자인부장
2026.06.14 06:00

[키플랫폼 전문가 칼럼] 이시종 국립세계문자박물관 홍보디자인부장

[편집자주] 머니투데이 지식·학습 콘텐츠 브랜드 키플랫폼(K.E.Y. PLATFORM)이 소개하는 전문가 칼럼 코너

'잘하는 홍보가 반드시 올바른 홍보는 아니다.'

홍보 담당자로 연차가 쌓여 갈수록, 이 문장이 점점 더 가까이 느껴진다.

1929년 미국의 PR 전문가 에드워드 버네이스는 여성 흡연 캠페인을 기획했다. 당시만 해도 여성들이 공개적으로 담배를 피우는 것은 사회적으로 금기시되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그는 담배를 단순한 기호품이 아니라 '자유와 해방의 상징'으로 포장했다. 그해 부활절 뉴욕 5번가 퍼레이드에서 여성들에게 담배를 들고 행진하게 했고, 언론에는 그것을 '자유의 횃불(Torches of Freedom)'이라 소개했다. 사람들이 소비한 것은 담배가 아니라 자유롭고 현대적인 인간이라는 이미지였다.

버네이스는 오늘날 '현대 PR의 아버지'로 불리지만, 동시에 대중의 감정과 욕망을 조직한 위험한 선동가라는 평가도 함께 받는다. 그가 발견한 것은 인간이 사실보다 이미지에, 논리보다 감정에 더 강하게 반응한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오늘날의 알고리즘과 콘텐츠 산업 역시 여전히 그 오래된 원리 위에서 작동하고 있다.

조회수가 높고 사람들을 오래 붙잡는 콘텐츠가 반드시 좋은 콘텐츠인 것은 아니다. 실제 현장에서는 '잘되는 콘텐츠'와 '옳은 콘텐츠'가 생각보다 자주 충돌한다. 오히려 인간의 가장 약한 부분을 건드릴수록 콘텐츠는 빠르게 확산된다. 불안, 분노, 혐오, 우월감, 결핍. 사람들은 생각보다 쉽게 흔들리고, 알고리즘은 그런 감정을 누구보다 정확하게 학습한다.

몇 해 전부터 인터넷에는 '분노할 준비가 된 콘텐츠'들이 넘쳐나기 시작했다. 최근 화제가 된 이수지의 '대치맘' 패러디처럼, 특정 집단을 우스꽝스럽게 묘사하는 콘텐츠는 '풍자인가 조롱인가'라는 논쟁을 동반하면서도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퍼졌다. 흥미로운 건 대부분의 사람이 그런 콘텐츠를 보며 피로하다고 말하면서도 결국 스크롤을 멈추지 못한다는 점이다. 결국 홍보란 인간 욕망의 구조를 이해하는 일에 가깝다.

문제는 그다음부터다. 사람을 움직이는 방법을 알게 된 순간부터, 어디까지 그것을 사용할 것인가의 문제가 남는다. 대부분의 플랫폼은 사람들을 차분하게 만드는 콘텐츠보다 감정을 흔드는 콘텐츠를 더 오래 노출한다. 분노와 공포는 체류 시간을 만들고, 체류 시간은 곧 수익이 된다. 유발 하라리는 《넥서스》에서 알고리즘이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스스로 학습해 결정을 내리는 '능동적 행위자'가 되었다고 지적한다. 오늘날의 콘텐츠는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인간의 감정과 시선을 움직이는 강력한 힘이 되고 있다.

콘텐츠를 만든다는 것은 사람들에게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의 문제인 동시에, 사람들 안의 어떤 감정을 꺼내 사용할 것인가의 문제이기도 하다. 더 많은 주목과 화제성을 요구받는 순간 콘텐츠는 자극의 유혹 앞에 놓인다.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어디까지 단순화할 것인가. 어디까지 감정을 자극할 것인가. 어디까지 유행의 문법을 따라갈 것인가. 실제로 몇 해 전부터 공공기관과 기업, 언론과 인플루언서를 가리지 않고 자극적인 밈과 '드립' 문법이 빠르게 확산됐다. 순간적인 화제성과 친근함을 얻는 데는 성공했지만, 과도한 경쟁 속에서 피로감과 자기복제만 남긴다는 지적도 뒤따랐다.

"사기업 홍보와 공공기관 홍보는 무엇이 다른가?"

공공기관 홍보를 시작할 때 가장 많이 받았던 면접 질문이다. 나는 이제 그 질문의 답이 조직의 종류에 있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우선순위에 두는가에 있다고 생각한다. 모든 조직은 더 많은 관심을 원한다. 문제는 관심보다 먼저 지켜야 할 가치가 있는가 하는 점이다. 그 질문 앞에서 잘하는 홍보와 올바른 홍보가 갈라진다.

얼마 전 우리 박물관도 비슷한 갈림길에 섰던 적이 있다. 최근 가장 인기 있는 가수의 콘서트 영상 촬영 제안이 들어왔고, 곧이어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가 국가대표 선수들과 함께하는 광고 촬영을 의뢰해 왔다. 두 제안 모두 박물관 입장에서는 거절하기 쉽지 않은 기회였다. 박물관의 이름을 짧은 시간에 가장 멀리, 가장 많은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 촬영 모두 휴관일이 아닌 날에 진행되어야 했고, 그 시간 동안 일반 관람객의 출입을 제한해야 했다. 결국 두 제안 모두 정중히 사양했다. 박물관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일도 중요하지만, 박물관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편의와 공공성을 더 앞에 두어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잘하는 홍보는 사람들을 움직이는 기술이다. 그러나 올바른 홍보는 사람들을 움직이는 힘을 어디에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태도다. 사람들의 관심을 얻는 것만큼이나 그 관심이 향하는 방향을 고민한다. 성과보다 앞서 지켜야 할 가치가 있는지를 묻는다. 잘하는 홍보가 성과를 만든다면, 올바른 홍보는 신뢰를 남긴다. 신뢰는 쉽게 얻을 수 없지만, 한번 잃으면 가장 되찾기 어려운 자산이다.

지금 시대에 가장 어려운 것은 사람들을 움직이는 콘텐츠를 만드는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정말 어려운 건, 사람을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에도 어디까지 그것을 사용할 것인가를 스스로 묻는 일이다. 잘하는 홍보와 올바른 홍보의 방향은 거기에서 갈린다.

이시종 국립세계문자박물관 홍보디자인부장

필자는 종합여성지 <Queen>과 월간 <문학사상>에서 편집장으로 일했으며 현재 국립세계문자박물관 홍보디자인부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박물관 브랜딩과 전시 커뮤니케이션, 문화콘텐츠 기획 업무를 맡고 있으며 '콘텐츠는 인간을 어떻게 움직이는가', '문화기관은 어떤 질문을 남겨야 하는가'에 관심을 두고 있다. 언론과 문화기관 현장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콘텐츠와 인간의 관계를 시대 감각의 관점에서 관찰하고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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