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불교 최대 종파인 대한불교조계종을 이끄는 총무원장 선거가 두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수백만 신도를 이끄는 대형 종단인 만큼 한국 불교의 미래를 결정할 중요한 선택이라는 점에서 종교계의 이목이 모인다.
23일 종교계에 따르면 조계종은 오는 9월 초중순 제38대 총무원장 선거를 거행할 전망이다. 총무원장은 조계종을 대표해 종단 행정을 총괄하는 행정 수반이다. 정신적 지도자인 종정(성파 스님)과 함께 종단을 이끈다. 선거 방식은 전국 24개 교구의 선출 위원 240명과 중앙 종회 의원 81명을 합해 321명의 선거인단이 총무원장을 뽑는 간접 선거다.
당초 불교계에서는 선거 대신 합의 추대가 이뤄지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왔다. 후보들 간 합의가 이뤄져 단독 후보로 출마하면 투표 없이 곧바로 당선된다. 불교계 관계자는 "지나치게 많은 후보가 난립하는 '선거 과열'을 막기 위한 방식"이라며 "신도들에게 안정과 화합을 중시한다는 메시지를 주려는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월정사 주지인 정념 스님이 사실상의 출마 선언을 하며 현 총무원장인 진우 스님과 '2파전'을 펼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해졌다.
정념 스님은 지난 19일 자신의 책 출간을 기념해 열린 간담회에서 "(총무원장 후보) 자리가 주어진다면 마다할 일은 없다"며 "앞으로 4년을 더 하신다 해도 잘하실 수 있겠나, 하는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아직 후보 등록 기간이 아니기 때문에 공식 출마 선언은 아니지만, 진우 스님을 겨냥한 발언으로 읽힌다.
정념 스님은 조계종 4교구 본사인 월정사를 2004년부터 이끌어 온 고승이다. 교구 본사 주지직은 총무원장과 종정을 제외하면 가장 높은 자리다. 월정사는 불교계 안팎에 강한 영향력을 갖춘 대형 사찰이다. 한진그룹 창업주인 고(故) 조중훈 회장 등 유명 기업인들이 신도로 잘 알려져 있다. 이를 기반으로 교단 내 '정통파' 인사와 신도들의 지지를 얻고 있다는 점이 최대 강점이다.
교단 사상 최초로 합의추대에 의해 총무원장이 된 진우 스님은 지난 4년간 교단을 이끌며 선명상, 불교박람회 등 콘텐츠를 기반으로 각계각층의 관심을 불러모았다는 실적이 있다. 지난 4월 불교박람회에는 25만명이 몰렸으며 5월 연등회에도 5만명의 내외국인 신도를 불러모으는 등 성과를 거뒀다. 정재계의 불교계 인사나 신도회 등 단체들이 지지층을 형성하고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불교계는 섣부른 예측을 경계하면서도 안팎의 과제가 산적한 만큼 결정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한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교세 감소다. 2030세대를 중심으로 종교 전반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고 있는데다 저출산, 고령화 등 문제까지 겹치며 출가자 수도 감소했다. 지난해 조계종 출가자 수는 99명으로 5년 연속 두자릿수를 기록했다. 20년 전(319명)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이밖에도 AI(인공지능) 기술 도입, 문화유산 관리와 국내 불교의 해외 진출 등 과제가 많다. 총무원장 선거가 끝나자마자 열리는 선택의 자리도 마무리해야 한다. 조계종은 10월 중순에는 입법기구인 중앙종회의 의원을 뽑으며 연말에는 종정을 결정한다. 불교계 관계자는 "총무원장이 조속히 결정돼야 종단 안정과 신도 수 회복을 도모할 수 있다"고 말했다.